지난 번 프랑스에 이어, 이번엔 독일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현재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미디어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前진주시민미디어센터 스태프 정수진 선생님이 독일의 생생한 영화문화, 미디어교육 이야기를 보내주셨습니다. 다양한 극장 이야기부터 배리어프리 영화 관람 환경, 미디어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 등까지, 정말 재미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안 보면 후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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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경험한 다양한 영화문화
정수진(뮌헨 대학교 교육학 및 미디어인포메이션 전공, (전)진주시민미디어센터 활동가)
Kino. 키노. 시네마토그래피의 독일어 표기인 Kinematograph에서 온 단어로, 움직이는 화면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뜻의 극장이라는 단어다. 독일에서 극장은 소수의 문화향유의 공간으로 시작하여, 프로파간다 선전 공간이던 시기를 지나, 놀이동산처럼 오락 영화를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향유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의 현 영화시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양분화된다. 미국의 큰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규모 영화들은 관객이 저조하다.
이 말은 즉, 독일에서 흥행하는 영화는 거의 외화라는 뜻이다. 독일 영화를 외화와 비교했을 때 자국 영화의 개봉 비율은 36% 정도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흥행도면에서는 상당히 처참하다. 2018년 기준, 독일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는 <신기한 동물사전2> 이며, 2019년 가장 흥행한 영화는 <겨울왕국2>와 <라이언 킹>이다. 2019년 독일 박스오피스 10위에 독일 영화는 단 한 작품에 불과했다. 반대로 한국은 자국 영화의 개봉 비율은 25% 정도로 낮지만, 2018년 <신과 함께>, 2019년 <극한직업>과 <엑시트> 등 대형 한국 영화가 꾸준히 강세를 보인다. 반면 독일 극장의 거의 모든 수익은 외화에서 거두어진다. 이러한 외화 강세 흐름의 이면에는 독일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바로 “더빙” 문화이다.
● 독일어로 말하는 아이언맨
당신은 독일어를 하는 아이언맨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외화가 더빙되어 상영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원어 상영이 있고, 대부분 모든 시간에 기본적으로 더빙된 버전을 상영한다. 시리즈물 같은 경우에는 성우도 1, 2, 3편 이어서 같은 배우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물론 원어 상영을 일부러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부지런히 자막을 따라가지 않고 자국어로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다. 아이언맨 역할의 성우는 얼굴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의 목소리는 아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은 독일에서는 아이들도 무리 없이 영화를 볼 수 있기에 독일어 더빙은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원어와 자막 위주로 상영이 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외화가 흥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더빙 문화가 외화의 높은 점유율에 크게 기여했으리라. 그리고 알라딘 같은 뮤지컬 영화는 노래까지도 다 독일어 가사로 번안되어 상영된다. 같은 음악이지만 전혀 다른 제목의 전혀 다른 가사일 때도 있다. 노래가 아닌 대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기생충>의 경우 “독일인이라고 다 소세지, 맥주만 먹는 건 아니구나”가 독일어 더빙 버전에서는 “미국인이라고 햄버거만 먹는 건 아니구나“로 바뀌었다. 원어 상영에서는 원래 대사가 그대로 나온다. 이렇듯 달라지는 뉘앙스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더빙 상영이 인기 있다. 나도 그런 환경에 적응되어서인지 오랜만에 한국 가는 비행기에서 본 영화 속 영어로 말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렇게 낯설 수 없었다.
● 너무 이상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영화관
독일은 대중영화 위주의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또한 아주 많다. 지역의 단관극장이 아주 많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자국 영화의 개봉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고, 많은 다양성 영화와 독립영화가 개봉한다. 멀티플렉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작은 예술영화관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트하우스(Arthaus / Filmkunsttheater)라고 부르는 예술영화관과 시네마테크, 커뮤니티 시네마(Kommunales Kino), 다양한 협의회들과 영화제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예술영화관은 멀티플렉스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된다. 관도 몇 개 없는 영화관에서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서 수익이 생기기는 할까 하는 걱정이 든다. 오전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아 조조 상영도 없고, 밤늦게 심야상영도 없다. 많은 소규모 영화관들이 하루에 많으면 3타임, 주말에나 4타임 정도 상영을 한다. 바이에른 우리 동네의 아트하우스 격의 단관극장은 2층에 가정집이 있는 주택을 개조했다.
처음 독일에서 예술 영화관을 갔을 때 정말 놀랐다. 한국에서 일했던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상영관 인디씨네는 여기에 비하면 아주 호화로운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좌석이 높낮이 차가 없이 의자가 그냥 깔려있기도 하고, 무려 상영관 안 스크린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할 때 빛이 확 쏟아져 나오고, 화장실 가는 사람이 진정한 씬스틸러였다. 심지어 정 가운데는 스크린을 가려 시야를 방해하는 기둥이 버젓이 서 있었다. “이게 영화관 맞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 영화관을 간 날, 영화 시작하기 전 아무도 입장을 하지 않았고 혹시 혼자 보는 건가? 하는 사이 스크린에 영상이 비치기 시작했다. 광고가 30분 가까이 나온다. 한국 예술영화관에서도 이렇게 광고를 많이 틀었었나? 광고가 아예 없는 영화관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 끝나가나... 했는데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광고가 나왔다. “새로운 맛 출시! 지금 맛보세요!” 하는 말이 광고에서 끝나자마자, 한 직원이 출입구 커튼을 열며 들어왔다. 아이스크림 한 바구니를 들고 손에 흔들며 “아이스크림 ~! 아이스크림~!” 하며 극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너무 이상했다. 너무 이상하지만, 이상하게 너무 사랑스러운 영화관. 뒤늦게 들어온 다른 관객들은 좋은 자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뒤에 앉아서, 이 광경이 익숙한 듯 아이스크림을 파는 직원의 눈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나는 이 이상한 영화관에 매료되어버렸다. 시설이 어떠하든, 상영 장비가 심지어 영화 픽셀이 다 보일 정도로 노후하여도, 앞사람 뒤통수가 자막을 다 가려버려도, 사람들은 그냥 영화를 보러 왔다. 중요한 곳에 가는 것처럼 단정하게 코트에 구두를 신고 지팡이를 짚고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친구들과 맥주 들고 삼삼오오 몰려온 학생들, 일 마치고 급히 한 손에는 자전거 헬멧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직장인들. 밤마다 예술영화관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극장은 그런 관객들을 쉽게 집에 보내주지 않는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로비에서 샴페인을 나눠주며 영화를 잘 보셨는지 물으며, 기존의 GV와는 다른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극장도 있고 영화관 옆에 ‘키노 카페’, ‘필름 카페’ 같은 이름으로 근사한 카페 공간을 두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시네마테크나 영화박물관들은 그 활동을 양껏 지지한다. 좋은 관객집단이 있는 것이 영화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것이다. 그런 필름클럽들은 자체적으로 정기 상영회를 열고, 상영작품은 저작권이 만료된 옛날 무성영화부터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온 영화들, 동네 필름 스쿨 학생들의 작품들까지 아주 다양하게 구성된다. 정말 다양한 영화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래밍은 일반 예술영화관보다는 커뮤니티 시네마(코무니알레스 키노 kommunales Kino)에서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매달 어린이들이 볼 영화들을 선정하여 어린이의 날을 운영하기도 하고, 세계 각 나라의 영화들을 가져와 상영한다. 덕분에 일 년에 몇 번 정도는 독일어로 더빙된 한국 영화를 볼 기회도 있다. 몇 년 전 홍상수 감독 특별전을 하던 영화관에서는 요즘 <기생충>을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그 여파로 많은 커뮤니티 영화관에서 봉준호 감독 기획전과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오래된 성을 지나면 Karlstor Bahnhof 라는 복합문화공간이 나온다. 그곳에 커뮤니티 영화관 카를스토어키노Karlstorkino가 있다. 커뮤니티 시네마에서 건물의 한쪽을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콘서트와 연극 같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함께 있다. 이 영화관 소개에는 “메인스트림의 정반대에 서서 익숙하지 않은 시선들의 영화와 그 이야기를 확장하려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영화관은 주정부나 행정기관이 아닌 하이델베르크 미디어포럼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하며 운영되고 있고 후원 제도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영화관이 아닌 미디어 교육과 제작 지원도 한다. 이 카를스토어키노 같이 크고 작은 커뮤니티 시네마들이 전국에 130개가 넘게 존재한다니,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 다양한 곳에서 새롭게 영화 보기
가을 겨울 날씨가 아주 흐린 독일은 봄과 여름에 다양한 페스티벌과 행사를 많이 하는데, 영화도 빠지지 않는다. 바로 오픈에어키노Open Air Kino 라는 이름으로 전국 구석구석에서 야외상영회가 이어진다. 보통 금, 토, 일을 이용해서 상영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몇 주 동안 진행되는 정기 상영회로, 길면 4월부터 9월까지 상영회를 운영한다. 고전 중의 고전부터 최근의 독일 예술영화, 뮤지컬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하게 준비된다. 독일에 살면서 매년 여름에 오픈에어키노를 가는데,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껴입고 우비를 입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 쾰른의 여름 야외상영 영화제Sommerkino. 라인강물 위에 배를 띄우고 스크린을 건다.
출처: (왼)직접촬영, (오)BAY GmbH
그 중 가장 새로운 재미는 관객참여영화상영(영: audience participation)이다. 독일 영화는 아니지만, 참여 영화의 고전이자 전설 같은 영화인 <록키 호러 픽쳐 쇼>는 독일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관객들은 뮤지컬영화인 <록키 호러 픽쳐 쇼>의 모든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춤추고, 결혼식 장면에선 다 어디선가 준비해온 꽃가루를 뿌리고, 영화 속 배우들과 대화하듯 관객들이 대사를 주고 받는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옷을 입고 분장을 하고 오는 사람들도 아주 많고, 그 캐릭터의 메인 테마가 나오면 스크린 앞으로 나와 똑같이 춤추고 노래한다. 모르는 옆 사람과 영화가 끝날 때쯤 이미 댄스 파트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로지 그 영화의 팬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다. 처음에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제는 나도 외투와 마실 것을 챙기고 소품도 슬쩍 챙겨본다. 달과 별이 뜨는 한여름 밤에 이렇게 재밌는 상영회를 한다니, 안 갈 수 있겠는가?
야외뿐 아니다. 빈 강의실이, 학교 식당이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대학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대학교에서 학내영화상영회를 (보통 Uni Kino 라는 이름) 진행한다. 우니 키노는 이러한 순회상영 혹은 비정기상영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영화관 조직이다. 우니 키노에서 수급과 배급을 담당하고, 학생들이 주최하여 직접 프로그래밍하거나 신청 받은 영화를 상영한다. 최신 영화 보다는 기존의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입장료는 보통 1유로다. 학교 식당에 우니 키노 스크린이 걸리는 날, 식당에서 맥주를 한 잔 주문하고, 건물 가득 울려퍼지는 사운드를 통해 보는 영화는 고급 영화관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문화프로그램이다.
● 모두가 다 같이 영화를 보는 방법들
그렇다면 진짜로 모두가 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극장은 어떤 모습일까? 독일도 완벽하게 배리어프리를 갖추고 있진 않다. 하지만 계속 변화 중이다. 시설적인 면을 본다면, 대체로 한국보다는 휠체어 접근성이 영화보기 좋은 자리에 위치한다. 한국의 영화관들은 제일 앞자리에 2~4석 정도로 휠체어석을 배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독일도 비슷한 환경이지만, 가장 뒷자리 가운데, 혹은 가운데 자리에도 휠체어석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에 만들어지거나,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극장의 경우 더욱 접근성이 뛰어나게 만들어졌다. 뮌헨 Cincinnati 상영관은 가운데 복도를 넓게 내어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성을 극대화한 모범적인 사례이다.
▲ 사진 출처 CBF München https://www.cbf-muenchen.de/barrierefreie-orte/kinos/8224-cincinnati
▲ 용어설명: Leinwand 스크린, Gefälle 경사로, Sitzplätze 좌석, 초록색 B: 보조인 좌석
물론 시설적인 것뿐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더빙도 외화를 자막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중요한 배리어프리 장치 중 하나다. 그리고 OmU (Original mit Untertitel; 자막이 추가된 오리지널) 상영이라고 부르는 자막 상영이 있다. 영어권 영화의 경우 독일어가 아닌 영어자막이 나오기도 하는데, OmU eng 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와 독일 영상진흥위원회가 함께 만든 Greta 라는 배리어프리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개인에게 화면해설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앱의 이용법은 아주 간편하다. 메일주소 등의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여 가입한 다음, 지원받을 서비스(음성해설 또는 자막해설)를 선택한다. 그리고 극장이나 집에서 관람할 영화를 선택한다. 휴대폰 마이크를 통해 이미 저장되어있는 영화의 정보와 입력된 사운드가 싱크로나이징이 되면서 실행된다. 음성해설일 경우 이어폰을 착용하여 실시간으로 화면해설을 들을 수 있다. 이어폰 밖에서는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들리고, 이어폰을 착용하면 음성으로 화면해설이 들리는 구조이다. 자막을 선택할 경우에는 휴대폰 밝기를 최소화하여 휴대폰 화면으로 자막이 지나간다. 상영하는 내내 휴대폰을 들고 화면과 번갈아 보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해설이 있는 영화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어플리케이션에서 지원되는 영화는 마음껏 볼 수 있다.
현재 Greta 는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한 글래스와 유사한 보조장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보조 장치를 통해 화면에서 자막을 바로 볼 수 있고, 이어폰을 통해 음성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보조 장치를 개인에게 판매도 하지만, 전국의 영화관에 비치하여 3D 안경처럼 누구나 대여하여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상용화가 된다면, 시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독일어 모국어 사용자가 아닌 사람들, 외국인, 학생, 이민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어플리케이션을 통하면 정해진 시간에 특별한 상영이 아닌 일상적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극장에 한 발 더 가까워져 간다.
● 그리고 미디어 교육
독일의 미디어교육에 상응하는 단어 Medienpädagogik은 아래 범주에 아주 많은 다양한 개념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로 완벽히 번역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정리해본다면, 미디어 능력 함양을 위한 전반적인 미디어 교육 Medienerziehung, 적극적인 미디어 능력을 육성하는 Medienbildung, 미디어 교수법 Mediendidaktik 등의 단어로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다. 독일에서 미디어교육은 학교 교과과정에서 녹여내야 할 필수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 활용 능력(Medienkompetenz)을 학교 안에서 습득할 수 있게 교과과정이 설계되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Klicksafe 처럼 다양한 행정부처에서 협력해서 미디어교육에 대한 교재와 정책들을 연구하는 기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와 지역사회가 비판적인 미디어 읽기 능력을 기르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독일의 미디어센터(Medienzentrum)의 경우 활용과 제작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뮌헨에는 JFF – Jugend Film Fernsehen e. V. (청소년 영화 방송 협회)가 있다. 1949년에 설립된 이 협회는 미디어교육 연구기관(Institut für Medienpädagogik in Forschung und Praxis)과 뮌헨 미디어센터(Medienzentrum München)를 운영한다. 연구기관은 미디어 동향, 미디어 환경과 영향, 청소년 보호, 미디어교육 방법연구, 학교와 보호자들의 미디어교육 상담 등의 역할을 한다. 반면 미디어센터는 아동 청소년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미디어 활용을 통한 미디어 활용 능력 증진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미디어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미디어작업을 장려하며 영상, 영화, 라디오 등의 제작워크숍을 운영하고, 청소년 미디어 작업자들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상영회나 대회, 페스티벌을 통해 상영하고 유통한다.
이렇듯 뮌헨 미디어센터의 모토 ‘우리는 여러분의 미디어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Wir unterstützen eure Medienprojekte)’ 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고, 후원하고 있다. 현재 가장 최신 프로젝트는 ‘코로나 – 나홀로 집에’ 프로젝트다. 독일 전역에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며 청소년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루한 생활 대신 재미있는 미디어 활동이라는 목표로 사진에세이, 영상, 사진 콜라주 등 창의적인 미디어 생산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 홈페이지: https://www.corona-alleinzuhaus.de)
이렇게 상설로 운영되는 기관 말고도 영화제에서도 미디어교육은 빠질 수 없다. 뮌헨영화제(Filmfest München) 내부 어린이 영화제 섹션이 진행되는데, 이때 상영한 영화 중 일부를 선정하여 영화를 보고 진행 할 수 있는 교안을 제공한다. 이 교안에는 대상 연령, 주제, 교육적으로 고려해 볼 테마, 그리고 이 영화와 연계 가능한 교과목 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떠한 초능력을 가진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와 동물들과 사람들을 돕는 영화라고 한다면, 도덕/국어 과목에서 그 주인공의 모습이 기존에 알고 있는 히어로들과 무엇이 같고 다른지, 사람들과 동물을 돕기 위해 초능력이 필요한지 등의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 할 수 있고, 자연/과학 과목에서 영화 속에는 어떤 동물이 나왔는지, 동물의 종류, 동물 보호가 어떤 것인지, 영화 속에 나온 동물의 특성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질문들이 준비되어있다. 이렇듯 영화제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 참고 https://www.filmfest-muenchen.de/de/programm/kinderfilmfest-2019/downloads)
세상의 흐름이 그렇듯 독일의 영화계도 위기라고 한다. 그래도 광고를 조금 더 길게 하더라도 문 닫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영화관, 베를린의 바빌론 영화관처럼 전 세계 다양한 영화들을 꾸준히 선보이는 다양한 예술영화관, 그런 예술영화관들의 네트워크, 더 넓은 시선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커뮤니티 시네마, 다양한 프로그래밍을 장려하는 최고의 커뮤니티 영화관 시상식, 시상식에 엄청난 상금을 내는 영화사와 행정부와 방송사, 문화재단들.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시네마테크와 영화잡지, 그리고 영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시민들이 있다. 영화를 만들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며 이렇게 독일은 영화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