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센터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 상영활동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미디어센터에서 센터 안팎을 아우르는 다양한 상영활동을 해 나가고 있는데요.
특히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영화인 또는 시민제작자가 만든 영화를 상영하거나,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상영회, 영화를 매개로 활동하는 공동체들이 주도하는 공동체 상영회를 진행하는 등 점차 다양한 모습의 상영회가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시네마'라는 용어를 통해 이러한 상영활동들이 이야기 되고 있기도 한데요.
이번 호 <미디어센터 이슈>에서는 커뮤니티시네마의 최전선(!)에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동체,
영화·영상문화 생태계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네트워킹하려 노력하고 있는 대구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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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커뮤니티시네마
‘수렴과 발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권현준
2020년 2월 11일, ‘커뮤니티시네마’를 표방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이 개관 5주년을 맞는다. 독립영화전용관은 독립영화가 탄생하는 순간 그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그걸 만드는 게 필요만큼 쉽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2007년 뒤늦게 탄생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뒤, 지역 최초의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이 개관했다. 오오극장의 수식어가 독립영화전용관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오극장은 인디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독립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영화관으로 준비되었다. 그런데 지역의 영화관에는 또 다른 사명이 부여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지역 영화인들이 만드는 영화, 시민제작자들이 만드는 영화, 관객이 직접 참여해 상영하는 영화, 영화를 매개로 활동을 하고자 하는 공동체들이 상영하길 원하는 영화,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상영할 수 있는 영화 등등 오오극장이 상영해야 할 영화들은 수없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오오극장은 지역 사회의 다양한 필요와 함께 하기 위해 ‘커뮤니티시네마’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출발했다.
● 수렴
오오극장의 프로그래밍 원칙은 한국독립영화 60%, 지역영화 및 예술영화 10%, 기획전 10%, 대관 10%로 되어 있다. 커뮤니티시네마라고 말하는 상영의 방식들은 대부분은 기획전이나 대관(후원대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관객, 지역 공동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하는 상영회가 오오극장으로 수렴된다. 대표적으로 관객이 직접 기획하는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와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하는 ‘보는 페미니즘’, ‘전태일 노동영화 특별전’, ‘홈리스영화 특별전’, 지역 영화문화 공동체와 함께하는 ‘영화를 보다가 생각한 것들’,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 등이 있다. 이밖에 교육프로그램 수료작 상영회, 대구시민미디어페스티발, 마을공동체영상공모전 등이 오오극장에 열린다. 겨우 20%의 비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60/100일의 독립영화 상영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커뮤니티시네마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오오극장은 더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 고작 55석이지만(물론 55석을 다 채우는 일도 쉽지 않다), 문턱 낮은 영화관이 되어 누구나 영화를 매개로 오오극장에서 뭔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설립 준비에서부터 영화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각계의 구성원들과 함께 했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지역 사회가 얼마나 오오극장을 활용하는가였다. 커뮤니티시네마로서 유의미한 소통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네트워킹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발산
오오극장의 한계점은 분명하다. 독립영화전용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상영일수의 제한, 물리적 공간의 한계 등이 있다. 그래서 오오극장과 같은 그릇이 여러 개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그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다양한 커뮤니티시네마를 펼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렇게 출발한 사업이 ‘대구지역 커뮤니티시네마 네트워크 구축 사업 - 우리마을영화관’(이하 우리마을영화관)이다. ‘우리마을영화관’은 2018년 오오극장과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가 함께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처음 ‘우리마을영화관’은 지역의 5개 공동체가 참여해 1회씩 상영하는 규모의 시범사업 성격으로 출발하였다. 당시 사업목표는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 및 시민제작영상을 마을공동체가 직접 기획하는 상영회를 통해 상영함으로써, 지역콘텐츠의 상영 기회를 늘리고 마을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역콘텐츠를 상영하기 위해 최근 5년간 지역에서 제작된 콘텐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를 공동체와 공유하고 각 공동체는 데이터베이스를 보고 상영할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에는 9개 공동체가 각 4회씩 상영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 그러다보니 지역콘텐츠만을 가지고 상영회를 기획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래서 그 범위를 국내 독립‧예술영화 및 해외 예술영화로까지 확장하였다. 또한 사전에 각 공동체의 상영담당자를 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영활동가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상영담당자는 보다 체계적으로 상영회를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상영회를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우리마을영화관’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 사업에 참여할 공동체를 모으는 일이었다. 우선은 마을에 기반 한 공동체가 1차 대상이었고, 마을 기반이 아니더라도 특정한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공동체들도 참여할 수 있게 참여의 폭을 열어놓았다. 그렇지만 각 공동체 활동 상황을 다 파악하기는 어려웠고, 또한 상영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각 공동체마다의 활동 의지나 역량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이하 마을센터)와 협력해 공동체 모집을 진행하였고, 각 마을공동체의 역량과 활동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마을센터가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공동체를 만나 ‘우리마을영화관’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할 것을 권유했다. 이렇게 진행한 ‘우리마을영화관’ 사업을 통해 ‘커뮤니티시네마’라는 언어가 지역 사회에서 보다 넓게 이야기되기 시작한 점과 네트워크의 단초를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대구지역 커뮤니티시네마는 수렴과 발산의 연속이다. 오오극장으로의 수렴과 지역 공동체로의 발산. 이를 기반으로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커뮤니티시네마는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커뮤니티시네마 활동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지속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