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디어센터 이슈>는 코로나19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 미디어교육 강사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난관을 뚫고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장기간 '생활방역'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등등, 마음 복잡한 이야기들도 들려옵니다.
모두 고민스럽겠지만, 바로 그 고민에서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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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처음이라 #StayConnected #새로운연결 #온라인실험
원동은(원주영상미디어센터 교육팀장)
코로나시대에 안녕하신가요? 원주영상미디어센터 교육팀장 원동은입니다.
요즘 저는 센터 교육담당자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수강생을 온라인으로 만나고, 얼굴도 모른 채 오픈채팅으로 얘기를 나누고, 이런저런 프로그램 테스트에 평소에 쓰지 않는 업무툴로 일을 하다 보면 문득 3개월 사이에 많은 게 바뀌었구나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처음이라 막막했지만, 온라인이라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있는 원주센터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 입사 이래 최초였다. 사람이 한 명도 오지 않는 센터라니.
항상 분주하고 정신없었던 3월인데 이용자 한 명 없는 캄캄한 복도를 보고 있자니 센터 입사 이래 최초인 이 상황이 황망하기만 하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음에 힘이 빠졌습니다.
교육담당자의 일에다 사무실 일, 민원인 응대,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다 보면 금방 할 일도 밀리게 되고, 퇴근할 때쯤엔 영혼이 탈탈 털리곤 합니다. 그럴 때면, 센터에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 날이 하루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날도 있었는데, 불과 3개월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감염병으로 인해 센터는 임시폐쇄되고, 기약 없이 이용자가 오지 못하는 곳이 됐습니다.
1월 말까지만 해도 강릉센터와 2월 중순에 열릴 청소년 영상캠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하에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원주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었지만, 진행 상황을 보며 사업별로 대응 방안을 생각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월 27일에 원주에도 첫 확진자가 나왔고, 원주시보건소 건물에 위치한 센터는 건물 전체 폐쇄로 임시휴관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센터가 멈추자 DVD를 보며 휴식을 취하던 노숙자분들과 자판기 커피를 드시러 오던 할아버지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센터와 학교, 지역을 누비며 강의를 하고 있을 미디어교육강사분들의 소식이 뜸해졌습니다.
가만히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센터가 그동안 해오던 방식과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을 만나가야 할까? 센터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과 해야 하는 기능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또, 센터와 함께 하는 활동가이자 함께 가야 하는 미디어교육강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 원주시민과 온라인으로 만나가기 위한 고민
다행히도 올해부터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밀레니얼여성 커뮤니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모임 형태를 바꾸면서 온라인 협업을 경험해본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센터 스태프와 미디어교육강사가 직접 만나서 하던 교육 기획회의는 온라인채팅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평소에 해보지 않은 화상회의를 하자니 회의 인원이 정시에 모이기는 쉽지 않았고, 먼저 들어온 사람과 단둘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기다릴 때면,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시선 처리에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외부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원주시민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면 좋을지, 어떤 교육에 수요가 있을지 논의했습니다. 원주센터 스테디셀러인 <Vlog 제작하기>를 온라인강의로 제공해 사회적, 물리적으로 고립된 시민들이 코로나19를 겪는 지금의 상황과 삶을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코로나19 이후의 삶도 상상해보며 Vlog를 만드는 데 도움을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점은 면대면으로 시민들을 만났던 기존의 미디어교육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을 때 ‘어떻게 시민들과 소통하며 교육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수업의 형태를 먼저 정해야 했는데 실시간 라이브방송과 사전제작한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 중에 수업의 짜임새를 높이고, 향후에 교육 영상을 일반 시민에게 오픈소스로 공개할 수 있도록 사전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교육팀과 강사진이 함께 있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수강생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고, 서로 얼굴은 모르는 사이지만 작은 연결이라도 우리는 항상 이어져 있다는 걸 상기시켜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10명 이내로 제한했던 수강인원도 30명으로 대폭 늘려 보다 많은 원주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Vlog 제작하기 온라인강의_원주영상미디어센터
“이 강좌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의 확산방지에 일조하고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일대일로 지도가 어려울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각자의 공간에서 편하게 강의를 들으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총 8차시로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했고, 차시별 영상 분량은 시청하는 데 부담되지 않게 10분 내외로 정했습니다. 8차시 중에 두 번은 라이브방송을 하기로 했는데, 서면 방식으로 전달하는 피드백의 한계도 보완하고, 중간점검도 할 겸 그리고 출결이 자유로워져 이탈하는 수강생들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8일에 중간점검 라이브방송을 하면서 개인별 기획안과 촬영본 모니터링을 함께 했는데, 90여분을 일정한 톤과 에너지로 방송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실시간 채팅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좋아하시는 수강생분들을 보니 역시 사람은 주고받는 관계가 중요하구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Vlog 제작하기 중간점검 라이브방송
저희 센터가 온라인강의를 한다고 홍보를 하고나서 여러 센터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강사의 초상권, 강의 콘텐츠 저작권 그리고 강사비를 어떻게, 얼마나 책정했느냐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초상권과 저작권은 강사님들이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협의에는 어려움이 없었고, 강사비는 저희 센터에서 드릴 수 있는 최대치를 드리려고 했지만, 만들어지는 콘텐츠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란 걸 후에 깨닫게 됐습니다. 강사님들과 중간점검회의를 하며 1개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과 품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니 기획 초반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품이 들고,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다음 온라인교육은 실시간 라이브로 방송을 하되, 동시녹화를 해 라이브를 놓친 사람에게는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강사비에 대해선 센터에서 지급할 수 있는 최대치를 드리더라도 영상제작에 드는 품과 비용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 실시간으로 진행한 강의 시간과 방송 전후로 준비하는 시간에 상응하는 강사비를 지급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코로나19 이후의 미디어센터는 어떻게 변화할까?
<온라인 Vlog 제작하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5월이면 코로나19도 끝나겠지 장담했는데 아직도 우리는 정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상적인 게 무엇인지 다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센터는 어떻게 시민을 만나가야 할 것인가? 시민들이 센터에 바라는 게 무엇일까? 다시 고민하고, 의견을 듣고,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설문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듣고 싶은 미디어교육과 주제에 대해 조사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플랫폼이 확장되자 배우고 싶은 주제거리가 다양해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그리고 이후에도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분들이죠. 기존에 센터와 미디어교육강사가 가져오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변화의 시대에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 협력할 수 있는 관계로의 정립과 일의 방식들을 만들고, 그에 맞는 처우들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이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고, 사업을 운영해보며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고 실험해보며 사회적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요즘 지역에서 미디어센터의 역할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요즘 들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시도하느라 마음은 전보다 더 바빠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늘 버겁지만, 도전이 설레기도 합니다.
팬데믹의 시대에서 서로가 연결돼있음을 확인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 미디어센터가 항상 시민 곁에 있는 존재로 손꼽히길 바라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바로 오늘부터 그 고민을 해나가야지 싶습니다. 맘 같아선 사람들을 찾아가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아, 다시 원점이네요. 하지만 방법을 또 찾아내야 하는 게 제 일이겠죠?^^
매주 영상작업을 하느라 고생하시는 문준현, 전지수 강사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육이 잘 굴러가게 애쓰고 있는 홍성현 선생님 감사드리고요.
전국의 미디어센터 스태프 여러분, 다시 만날 그날까지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Vlog 제작하기>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1) 사전제작한 교육영상은 어떻게 수강생에게 전달했나요?
- 수업시간인 매주 목요일 저녁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공유링크(일부공개로 설정)를 수강생에게 공유했습니다. 수강생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링크접속에 제한을 뒀지만, 현재는 누구나 영상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전체공개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2) 실시간 라이브방송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개인별로 촬영한 영상을 함께 보며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Xsplit 프로그램에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용했습니다. 라이브화면과 수강생들의 실습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세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실시간채팅을 통해서 수강생들과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3) 영상편집프로그램 강의는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했나요?
반디캠(유료버젼)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을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추가해 강사와 반응을 볼 수 있게 촬영을 했고, 두 개의 영상을 교차편집 했습니다.
※ 커리큘럼 및 실시간 방송 영상 등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해주세요!
▶ 원주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 수강 신청 페이지
▶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