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디어센터 이슈>는 코로나19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 미디어교육 강사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난관을 뚫고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장기간 '생활방역'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등등, 마음 복잡한 이야기들도 들려옵니다.
모두 고민스럽겠지만, 바로 그 고민에서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완주미디어센터의 자세
경희령(완주미디어센터 사업팀장/kaykiray@naver.com)
# 우리는 결코 한가하지 않았다!
2월 말, 코로나19 강력 대응 정책에 발맞춰 완주미디어센터도 모든 사업과 기관의 대외 활동을 중지하고 이전에는 겪은 바 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보건소에서는 손세정제와 소독제를 의무적으로 비치하라며 배포했고, 모든 직원과 방문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보통 3월이면 학교 개학과 더불어 모든 사업이 개시되는 시기인데, 다 짜놓은 상영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없었고 미리 준비한 교육 사업들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 완주센터 스태프들은 정상운영 일정이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으니 계속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맞춰 준비태세를 반복하거나 일상 업무에 치여 미루어놓은 장비점검, 대장 작성 등의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간 회의 자리에서 이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제안이 흘러나왔다. 당시는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며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에 대한 이슈가 대두된 때였다. 화상회의 다루는 법을 소개하거나 필요한 공동체에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방식의 사업을 센터장이 처음 제안했을 때, 사실 센터 스태프들이 그 제안을 쉽게 받기는 어려웠다. 연간 사업계획은 이미 1월에 치열하게 논의되었고, 그 계획에 맞춰 상반기 홍보자료도 촘촘히 만들어두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올 해는 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새로운 사업에 마음을 내기 어려웠다.
예산의 규모 상 새로운 사업은 기존 사업을 뒤엎어야 가능한 상황이었고, 앞으로의 상황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몇 번의 토론을 거치며 새로운 사업의 당위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급변하는 소통 환경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고, 개관한 지 1년도 안된 완주센터는 미디어센터의 역할과 필요성을 지역사회에 알릴만 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특히 우리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유지될 경우 기존의 사업계획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대응 사업을 신규 기획함과 더불어 미디어센터와 함께 사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시작했다. 기간제 프로젝트나 강의를 본업으로 하는 지역 미디어교사들과 신규 사업을 함께 풀어보고자 교사간담회를 진행했고, 간담회 때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미디어교사들의 활동비 보전을 위한 사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이 2주 만에 숨 가쁘게 진행되어 사실 완주센터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전라북도 지역에서, 더군다나 확진자가 아무도 없는 완주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는 기관은 많지 않았기에 우리의 고충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서 서글픈 마음도 들었고,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우리만 이렇게 바쁘고 성과 없이 사업이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 공유 방법, 쉽고 빠르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지원이 필요한 곳에서 미디어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사업을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급히 없는 예산을 변경해서 만들고, 잘 모르는 것은 배우고, 안 해본 것은 같이 시도해보면서 적절한 시기에 코로나19 대응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완주센터는 세 가지의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 첫 번째는 비대면 의사소통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화상회의, 온라인강의, 코로나19 정보 탐색 등)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기반의 소통 지원 사업이다. 우리는 이 사업을 통해 지역미디어센터가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공유하고, 공동체와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 필요한 미디어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을 통해 3명의 미디어교사와 함께 6개의 콘텐츠를 제작・배포하였다(콘텐츠의 주제와 내용은 하단의 표를 참고). 이 중 카드뉴스 3개는 완주센터 스태프, 금손 여한아 샘이 고생하며 긴급 제작한 것이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배포에 힘썼다. 동일한 콘텐츠를 완주센터 블로그에 이미지 형태로 게시하고,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여 공유하였다.
그 외 3개의 콘텐츠는 이미지편집, 영상제작, 라디오방송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미디어교사에게 제작을 부탁하였다. 지역 내 모든 대면 활동이 중지된 상황에서 강의 활동을 대체하여 콘텐츠 제작 활동을 제안하였고 콘텐츠 제작은 원활하게 마무리되어 좋은 결실을 맺었다. 긴급히 추진된 사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미디어교사와 미디어센터 서로에게 유익하고 의미 있으며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평가한다.
본 사업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 중 ZOOM이라는 어플의 다양한 활용 방법을 다룬 영상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본다. 최근 기사를 통해 ZOOM 어플의 보안 문제가 알려진 바 있으나, 그럼에도 현재까지 화상회의 또는 온라인 강의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어플이 ZOOM이다. 무료버전의 경우 동시접속 시간 및 인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빼놓고 본다면 활용도가 매우 높다. ZOOM에 회원가입이 필요한 것은 화상회의 채팅방을 개설하는 개설자 뿐이라는 점, 간단한 주소와 비밀번호로 누구나 채팅방에 접근이 가능한 점, 개설자가 회의 진행을 위해 발언권을 제한하거나 화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점, 다양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점, 회의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점 등이 ZOOM 어플의 장점이다. 영상을 통해 ZOOM의 주요 기능을 살펴볼 수 있으니 상단 표의 5번 영상 링크로 접근하여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 미디어교사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WIN-WIN 전략
두 번째는 미디어교사 지원을 위한 ‘미디어교육 교재 개발 사업’과 ‘미디어교사 보수교육’이다. 원래 7~8월에 예정되어 있던 미디어교사 대상 커리큘럼 연구사업을 시기와 대상을 변경해 교자료 개발사업으로 진행하였다. 완주센터는 미디어센터에서 활동하는 미디어교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돈독히 하기 위하여 ‘긴급 활동비 보전’을 위한 현장을 마련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면 활동 위주의 미디어센터 교육 현장을 대체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정된 각자의 교육에 필요한 교자료를 개발하는 연구사업을 의뢰하였고, 총 4명의 미디어교사와 협업을 진행하여 4개의 교재를 완성하였다. 완성된 교재는 올 해 해당 교육 참여자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완주미디어센터 ‘미디어교육 교재 개발 사업’
제작 교재 목록
|
|
교육 구분
|
교육 대상
|
교재 내용 및 성격
|
1
|
미디어 리터러시
|
초등학생
4~6학년
|
초등학생 대상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안 개발,
함께 감상할 콘텐츠 및 토의 주제 및 질문 수록
|
2
|
영상편집
|
청소년, 성인
|
프리미어 C.C. 영상편집 프로그램 편집 툴 활용법,
효과적인 영상 편집을 위한 기초적인 기능 소개
|
3
|
영상촬영
|
청소년, 성인
|
영상의 기본 단위와 개념, 영상언어의 이해와 실제,
원활한 영상 촬영을 위한 방법 소개
|
4
|
스마트폰 활용
|
65세 이상
어르신
|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 활용 교육안 개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여
사진을 재료로 한 기초 영상제작 방법 소개
|
‘미디어교사 보수교육’은 기존의 대면 사업 위주의 커리큘럼 편성을 변경하여, 지금의 변화된 환경에서 가장 많이 대두되고 있는 온라인 강의 진행 방법을 주제로 유튜브 생중계 교육을 시도하였다. 한 마디로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를 온라인 교육을 통해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교육 콘텐츠제작, 온라인 개학, 온라인 강의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해당 교육을 직접 진행하는 미디어교사는 물론이고 학교, 문화예술기관, 미디어센터 등의 다양한 단위에서 온라인 강의를 어떤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는지, 필요한 장비는 어떤 것인지, 무슨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정제된 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올 해 완주센터는 기존 강의 중 일부를 온라인 강의로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 기존에 활동하던 미디어교사들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완주를 포함한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미디어교사와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에게 1차 사전 신청을 받고, 많은 이들에게 동시에 배포가 가능하다는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완주군 내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그 외 지역 미디어센터 스태프에게 추가 신청을 받아 첫 온라인 교육을 성황리에 진행하였다. 완주센터는 이번 온라인 교육의 경험을 토대로 기존의 생활미디어교육을 온라인 형태로 전환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 미디어센터 온라인 채널 적극 활용, 온라인에서 놀자!
세 번째는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집에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추진한 ‘온라인 미디어문화 활성화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되면서 친구나 동료, 이웃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추진된 사업이다. 완주문화도시추진단과 협력을 통해 ‘기운내자 완주, 방구석 장기자랑‘이라는 명칭의 장기자랑 UCC 영상 공모를 진행했다.
본 사업의 취지가 온라인을 통해 즐거움을 나눈 것인 만큼, 공모 신청과 동시에 완주미디어센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당 영상을 업로드하여 온라인으로 시민들의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덤으로 얻은 것은 완주미디어센터 채널에 대한 구독자 확보 및 영상별 조회수 증가로 온라인에서 ’완주미디어센터‘에 대한 입지가 커졌다는 점이다. 공모 마감 및 심사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매일 조회수는 증가하고 있고, 지난주에 생중계로 진행된 시상식 역시 아직도 지역 사회에서 화제의 영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완주미디어센터는 온라인 영상플랫폼에 완전히, 제대로 데뷔했다!
# 그래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지난 두 달 간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까지 완주센터 내부에서, 그리고 필자 개인에게도 ‘미디어센터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정말 많은 혼란과 고민이 있었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그로 인한 새로운 시도가 상존했고, 우리도 처음인데 학교나 유관기관 등 사방에서 비대면 사업에 필요한 미디어 기술이나 미디어 전문인력 연계 등에 대한 각종 문의가 쏟아지는... 미디어센터 실무자 입장에서는 다소 정신없고 버거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확실하게 두 가지 소득이 있었다. 첫 번째 소득은 위기상황 속 사회적 소통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디어센터가 수행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제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슈가 되는 최신 정보를 취합하여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미디어콘텐츠를 제작하고 해당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포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의 기획 및 리터러시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담당 스태프의 업무 집중도, 업무량 조정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역할을 미디어센터 사업 영역으로 가늠해보자면 정책과 창작지원 영역의 중간쯤이 아닐까 싶다. 필자 개인의 견해로는, 이러한 위기상황이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생각한다. 위기상황에서는 늘 변화가 요구된다. 지자체마다 위탁기관이 범람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디어센터가 그 존재의 이유를 지역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은 위기와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일 수 있으며, 그 때 정보를 재가공하여 배포하는 방식의 사업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소득은 고속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기기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한 정보들과 미디어 활용에서 취약한 계층이 존재하며 위기상황에서 더욱 그러한 격차가 선명해진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미디어센터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정용 와이파이가 없는 조손가정 아이들에게 미디어센터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어느 약국에 마스크가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미디어센터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한글로 된 각종 재난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이주민들에게 미디어센터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위의 고민들은 미디어센터 사업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미디어센터에서 점차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미디어 취약계층 사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통해 미디어센터가 본래의 역할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디어 취약계층 사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면 어떤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