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유통하는 것이 매우 손쉬운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시민들이 연령·계층 등과 상관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 하나하나를 적극 발굴하며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는 미디어센터 등과 같은 공적인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는 이러한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올해 시민미디어창작콘테스트 "사회적 가치 공감",
그리고 "2020 지역미디어센터 시민제작영상 공동상영전"을 개최하였습니다.
보다 많은 시민의 목소리가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논의와 폭넓은 제안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시민의 목소리,
쌓이면 역사를 기록하고 번지면 역사를 만든다
박민욱(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
미디어센터는 시민들이 미디어를 활용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동안 끊임없는 지원을 해 왔다. 미디어센터가 처음 탄생했던 20여 년 전에는 주류 미디어가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었고, 사회적 의제설정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설 자리는 사실상 전무했다. 그 때는 미디어 콘텐츠 하나를 기획, 제작, 유통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품이 많이 드는 시절이었고, 따라서 시민들에게 시설, 장비를 제공하고 미디어교육을 통해 시민 역량을 강화하는 미디어센터의 등장만으로도 큰 감격이었으며, KBS “열린채널”을 비롯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주류 미디어의 독점적 지위는 많이 흔들려 왔으며, 사회적 의제설정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미디어센터가 갖은 노력을 해왔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이러한 변화가 오기까지 미디어센터가 중점적 역할을 해왔다고만은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 제작, 유통하는 것이 매우 손쉬운 시대가 되었고, 미디어센터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이제 다소 ‘낡은’ 것으로 여겨지거나 유사한 역할을 하는 보다 ‘세련된’ 많은 기관과 유통 채널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어, “그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센터는 여전히 시민들이 미디어를 활용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목표로 삼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공공시설이다. 따라서 미디어센터는 경쟁의 논리 속에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민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하며, 이 목소리를 적극 발굴하고 지원하고 그 의미에 대해 사회적 질문과 제안을 계속 던진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손쉬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너무 어려서, 너무 나이가 많아서, 사회적 소외계층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너무 지역에 관한 이야기여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주저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들 목소리 하나하나는 더욱 소중하며, 경쟁의 논리와 관계없이 이 소중한 목소리들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쟁의 논리 속에서는 번져나가기 어려운 이 목소리를 세상에 내어놓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지혜를 모아보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하는 미디어센터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이하 전미협)는 미디어센터의 이러한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발굴, 유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을 시행해 왔는데, 올해에는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시민미디어창작콘테스트 “사회적가치 공감”을 개최하였다. 전국에서 무려 431편에 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접수되었으며, 대상작 <틈>을 비롯한 19편의 작품에 시상을 하였다. 이번 콘테스트는 특히, 시니어, 소상공인, 지역격차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도전을 주제로 하였는데, 이처럼 열띤 호응이 증명하듯 시민들은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적극 참여하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수상작의 면면을 잠깐만 둘러봐도 이는 명확해지는데, 대상작인 <틈>(장기탁)은 서로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진 일상에 대한 고찰을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루었고, 3편의 최우수상작에도 각각 노년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어머니의 성장을 응원하는 딸의 시선(<맹순씨 텃발>(박임자)), 재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 간 소통부족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 (<30%>(김진산)), 난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청년과 그를 도우려는 친구들의 사연(<슈퍼스타>(이태양)) 등 시민들의 목소리가 매우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 밖에도 청소노동자의 일상, 한글을 배우고 달라진 어르신들의 삶, 동네상권을 살리려는 지역민들의 노력, 농촌 지역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 등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담은 작품들이 수상을 하였다.
▶ 공모전 수상작 보러 가기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한 해에만도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데, 사회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널리 번져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SK브로드밴드와 함께 개최한 이번 공모전은 수상작을 SK브로드밴드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하고, IPTV에 VOD로 제공하게 되어 다소간의 보완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며, 수상작 외에도 많은 시민 콘텐츠들이 체계적으로 아카이빙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콘텐츠 하나하나는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며, 지역과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일단 쌓이고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검색과 활용이 용이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 왔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미협은 시민콘텐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지난 논의와 시도들을 정리하고 향후 어떠한 플랫폼이 효과적이며 어떤 사회적 효능을 가질 수 있을지를 모색해보는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숙제는 아니지만, 반드시 포기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야할 미션임은 분명하다.
또한, 올해 전미협은 <2020 지역미디어센터 시민제작영상 공동상영전>을 개최하고 있다.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을 모아 지역미디어센터에서 상영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총 9개 센터, 27개 동호회 및 제작자의 37개 작품이 접수되었고 일련의 주제와 섹션에 맞게 분류되어 각 미디어센터에서 개별 특성에 맞는 상영회를 개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민영상활동가들이 각 작품에 대한 리뷰 혹은 비평을 쓰고 공유함으로 각 작품들이 갖는 의미와 시민영상콘텐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센터명 |
작품명
|
제작자
|
상영회
|
2차창작물
|
강릉센터
|
도시 속 초록빛 -
청년 옥상 텃밭 모임 '나와라 똥밭'
|
최지영
|
-
|
전주
|
벽장을 나온 소년
|
윤희경
|
완주센터/12월17일
|
-
|
왈리왈시
|
윤희경
|
오!재미동/11월26일
완주센터/12월17일
|
전주
|
이상동몽
|
장면아홉
|
-
|
강릉
|
대구MBC
|
이웃의 일상_ 도희씨의 하루
|
박지하, 이경민
|
완주센터/12월17일
|
-
|
이웃의 일상_차민다씨의 하루
|
박지하, 이경민
|
오!재미동/11월26일
|
전주
|
이제는 용기내
|
이경민
|
-
|
전주
|
틈
|
두띠
|
-
|
강릉
|
미디액트
|
Trash in Seoulsoop
|
원동업
|
-
|
전주
|
나는 왜 찍는가
|
강나연
|
완주센터/12월17일
|
원주
|
못난 놈
|
김창섭
|
-
|
익산
|
미워도 그대
|
박세운
|
완주센터/12월17일
|
완주
|
순천센터
|
기억을 남기지 않고 사는 방법
|
김건희
|
완주센터/12월17일
|
전주
|
꿈공장
|
Put in Light
|
완주센터/12월17일
|
익산
|
슬픈 운동회
|
송일환
|
-
|
완주
|
힐링을 위하여
|
Put in Light
|
오!재미동/11월26일
|
익산
|
오!재미동
|
다생, 지연
|
장진규
|
-
|
완주
|
망각의 스프레이
|
신선혜
|
완주센터/12월17일
전주센터/12월12일(GV)
|
전주
|
상주
|
민일홍
|
-
|
익산
|
전공자들
|
오도경(활동명)
|
-
|
익산
|
원주센터
|
정류장
|
김보연
|
오!재미동/11월26일
완주센터/12월17일
|
-
|
익산센터
|
BAD
|
시민영상제작단 필름온
|
-
|
강릉
|
자식들
|
어른영상제작동아리 재미동
|
-
|
완주
|
집으로 가는 길
|
시민영상제작단 필름온
|
오!재미동/11월26일
완주센터/12월17일
|
-
|
전주센터
|
내 이름은 안미숙
|
이호정
|
-
|
원주
|
너에게 보내는 시
|
정하연
|
-
|
전주
|
족욕기
|
김혜옥(임씨네)
|
오!재미동/11월26일
|
원주
|
좀비준기
|
김정일(씨네군산)
|
-
|
전주
|
2020 지역미디어센터 시민제작영상 공동상영전 상영회 및 리뷰/비평 작성 현황(12월 현재)
시민의 목소리가 사회를 바꾸는 시대가 되었음은 명확하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 균형 있게 시민의 목소리가 쌓이고 제약 없이 번져나가도록 하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다. 시민의 목소리 하나하나는 개인의 역사이자, 지역과 마을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 목소리가 번져나갈 때, 사회의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 미디어센터는 이를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시설로서 그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지만, 이에 대한 보다 많은 논의와 폭넓은 제안들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