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활동과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미디어센터 이슈>에서는 지난 9월와 10월에 있었던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전국 워크숍>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꾀하고자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는데요. 아직 초기 단계의 논의이지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마을, 시민, 커뮤니티, 미디어 등의 키워드를 찬찬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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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전국 워크숍 참관기
– 전국 현황과 전망 모색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지난 9월 3일과 10월 18일, 각각 전주와 성북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전국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국내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전국적 현황을 점검하고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 구성과 활동 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한 자리입니다.
전국 단위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조직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17년부터 있어 왔습니다. 국회에서 열렸던 <생활정치와 자치분권의 시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통해서였는데요. 공동체미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부터 여러 지역의 공동체미디어 활동 사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 등의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후 2018년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공동개최한 <제7회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http://maeulmedia.org/archives/16130)에서 마을미디어의 도약을 위한 지원 체계 논의도 진행됐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동체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매체 혹은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잇는 네트워크의 필요성 또한 점차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공동체미디어 활동의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관련 정책이나 규제, 법률 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으니 ‘전국적인 연대’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6월 서울, 수원, 전주, 대구, 제주 등 지역의 몇몇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가와 함께 (가칭)전국공동체미디어네트워크 조직을 위한 준비모임을 갖고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현황을 공유하면서 전국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7월에는 2차 모임을 갖고, 추후 본격적인 전국조직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9월 3일, 전주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전국 현황과 전망 모색 워크숍>이 개최된 것입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경기, 강원, 전북, 광주, 대구, 부산, 서울동북 등 다양한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현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전국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목적과 모습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만들어지고, 활동하고, 성장 혹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개별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직면하고 있는 운영상의 문제나 지속가능성, 자생성 등의 고민들도 전국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적, 법적 뒷받침이나 전국적인 조직이 부재한 상황에서,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발굴한다는 것,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공동체에게 활동의 기반을 계속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공감대를 형성했으니, 이제 접근 방식과 실행 방법에 대해 고민할 차례입니다. 초기부터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많은 고민과 활동을 하고 계신 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최성은 센터장님은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제3영역(Third Sector)’으로 인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제3영역이란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면서 이를 매개하기도 하며 동시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을 의미”하는데요, “정부(제1영역)나 시장(제2영역)과 구분되는 대안적인 공동체영역“을 말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공공미디어나 상업미디어와 차별을 둠으로써 다른 미디어 영역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공동체미디어의 특성에 맞는 규제를 적용받으며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공동체방송은 시민사회(커뮤니티)에 의해 운영되고, 소유되며 상호 영향“을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제3영역으로 위치 짓는 것은 유의미합니다.
마포FM의 송덕호 대표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현재 공동체라디오를 ‘민영방송(혹은 지역방송)’의 한 유형으로 인식하는 방통위의 통합방송법의 틀에서는 공동체라디오의 성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라디오를 공영도 민영도 아닌 제3영역으로 위치 짓고,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활성화의 지름길”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네요.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다양성을 포괄하고, 정부 정책의 확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성은 센터장님은 전국 네트워크 조직의 활동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체미디어 관련 다양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마을공동체미디어 형태, 주체, 활동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포용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어야 하며, 마을공동체 외에도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등 다양한 제3영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전국적 네트워크는 이를 실행하고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요.
하지만, 공감대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마을공동체미디어 전국 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에 지역과 주체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국 조직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에 대한 부분도 아직은 불분명합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필요성에 대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면서, 조직 설립을 실행할 실무조직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런 논의 가운데 또 한 번의 워크숍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모였는데요. 대전, 인천, 제주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현황을 간단히 듣고, 최성은 센터장님의 전국 네트워크 필요성 제안 발제로 토론의 물꼬를 텄습니다. 전국 현황 공유와 논의 체계를 마련하고,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다차원적인 정체성(주체, 정책, 형태, 관심사 등이 다양함)과 정책이슈를 아우르는 연대조직이 필요하며, 관련 정부정책이나 부처 간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 조직이 필요함을 짚어주셨습니다.
네트워크 조직 형태로는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로서 마을공동체미디어단체부터 학회, 개별 참여자까지 다양한 참여주체를 구성하되, 공동위원회, 실무위원회, 간사단체 등을 두는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각 지역별 현황공유, 정책대응, 참여주체 간 교류, 정책연구 등을 제시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활동의 목표와 주요 이슈를 발굴해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할 것, 전국적, 지역적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더욱 정기적으로 갖고 추진방향을 구체화할 것, 마지막으로 “논의만 하다 끝나지 말고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중요한 말씀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다양한 주체와 관점이 모여 있는 만큼 논의의 속도는 천천히 갈 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한 공감대와 방법을 찾되,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 언제나 가장 어려운 미션입니다. 다음 모임은 12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느리지만 계속해서 해보면 좋겠습니다.
※ 본 원고는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최성은 센터장님(전주/성북 워크숍), 마포FM 송덕호 대표님(전주 워크숍) 발제문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