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발걸음
고영준 (2021 전라북도교육청 미디어교육 협력 기관 공모사업 총괄 코디네이터)
2021년 한 해 동안 전라북도에서는 전라북도교육청과 전북지역 미디어센터가 협력하여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진행하였다.
전라북도교육청이 공모하고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완주미디어센터가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사업은,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으며 미디어 리터러시 강사양성과정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교안 개발, 학교로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 교원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 연수, 교사 연구모임 미디어 리터러시 특강,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포럼,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연구 사업 등으로 구성되었다.
전라북도교육청과 지역 미디어센터가 함께 한 사업의 공식 명칭은 ‘전라북도교육청 미디어교육 협력 기관 공모사업’이었지만, 실제 사업 운영에 있어서는 ‘전북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으로 통용되었다.
최근 들어 청소년의 미디어 의존도가 상승하고 1인 미디어 확산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청소년·학교 미디어 교육에 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교육부는 2019년 ‘학교 미디어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미디어교육 지원, 학생의 미디어교육 기회 확대, 미디어교육 교원 역량 강화 및 지원 체계 구축 등 학교 현장에서의 미디어교육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범부처 미디어교육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교육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지원센터 공모가 있었고 경기도, 대구광역시, 충청북도가 선정되어 지역의 미디어교육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의 ‘2021년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도 이러한 교육부의 미디어교육 활성화 계획에 따른 사업의 일환이었지만,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지역에 미디어교육지원센터를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는 지역에서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지역 미디어센터와 연계·협력하여 서로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 첫 시도와 실험이 지난해 진행된 ‘전라북도교육청 미디어교육 협력 기관 공모사업’이다.
전북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은 미디어를 올바르게 읽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분별력 있게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민주시민적 역량을 함양하고, 교원과 지역 활동가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량 강화 등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인식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의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체계화하면서, 지역 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격차 해소에도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과정은 전북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실험과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에서 준비되었다.
2021년 전북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은 6개의 사업 영역과 12개의 세부 사업으로 구성되었다. 사업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3개 지역 센터마다 주 담당 영역을 가지며, 전체적으로는 사업마다 3개 센터가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를 위해, 3개 센터와 전라북도교육청,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자문 기관)이 월 1회 컨소시엄 회의를 진행하였고, 3개 센터의 사업 실무자인 교육팀장 회의는 수시로 진행되었다.
전북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강사단 양성 교육'의 교재 개발과 양성 교육 후 전북지역 학교에서 진행될 '학교로 찾아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특강'에서 활용할 워크북 개발이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강사단 양성 교육은 차시 당 3시간씩 총 15차시(총 45시간)로 운영되어 20명 내외의 강사가 수료하였다. 학교로 찾아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특강은 8월부터 12월까지 전북지역 중학교를 대상으로 총 110개 학급에서 운영되었고 2시간씩 2차시(총 4시간)가 진행되었으며, 이와는 별도로 자유학기제와 연계하여 2개 학급에서 2시간씩 15차시(총 30시간)의 교육이 진행되었다. 올해가 첫 시범 사업이었던 만큼, 교육 참여 대상을 중학교로 한정하였으며, 2022년에는 초등 고학년까지 참여의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 교사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이해를 위한 '교원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 연수'는 8월 중에 운영되었는데, 초등 1·2기와 중고등 1·2기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기수마다 2시간씩 6차시(총 12시간)로 구성되었다. 총 80여 명이 참가한 교사 연수의 주요 내용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해와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사례로 준비되었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사전 설문 조사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 사례에 대한 요청이 가장 많았으며, 수업 후 소감에서는 이번 연수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의견과 더불어, 다음에도 지속적인 후속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았다.
지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인식 환산을 위해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 한 단기 특강은 9월부터 11월 사이에 대상별로 신청을 받아 마련되었으며, 학교 교사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원 연구 동아리, 미디어교육 강사, 학부모, 교육공동체, 지역 주민 등 다양한 대상이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영화 읽기, 환경, 인권 등 다양한 주제와의 연계가 일부 시도되었다.
지역의 공동체와 함께 하는 미디어교육 연계 지원의 경우, 공모사업 형태로 운영되었으며, 전라북도 전주, 익산, 남원, 무주, 장수, 완주, 정읍, 순창 등에서 활동 중인 마을공동체·교육공동체가 5월부터 12월까지 각 지역성·공동체성을 반영해 미디어교육을 진행했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진행된 간담회와 성과 공유회에서는 이번 사업에 참여한 단체들이 올해가 첫 사업이었던 것만큼 미디어 리터러시를 지역 활동에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함께 여러 시도를 해볼 기회였다는 의견이 많았고 지원 사업의 지속적인 운영에 대한 바람도 있었다.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한 포럼'은 전국과 전북의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사 협회 박한철 운영위원은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현재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한철 운영위원은 학교 미디어교육 지원 체제를 미디어(교육)센터, 교육부·관계부처, 시민·미디어 단체, 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의 4개 영역으로 구분하며, 학교 미디어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4개 영역의 상호협력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관하여도 관심 있게 논의되었다. 이어서 발제자로 나선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최성은 소장은 ‘전북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조례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소장은 2021년이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 연계 협력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전라북도교육청과 지역의 미디어센터가 협력하여 운영한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활성화 사업을 언급하였다. <전라북도교육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 2021. 7. 9 제정>'은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도 교육청 차원에서의 움직임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 밖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청소년 영상 공모전’과 학생과 교사, 미디어교육 강사를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소감 및 아이디어 제안 공모전’이 진행되었으며, ‘전북지역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실태 조사 및 발전 방안’을 주제로 연구 사업이 이뤄졌다.
2021년 ‘전라북도교육청 미디어교육 협력 기관 공모사업(전북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에 대한 전라북도교육청과 지역의 학교, 공동체 등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였다. 사업을 운영한 미디어센터의 경우,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고민할 수 있었으며, 지역의 여러 학교, 교사와 관계가 형성되는 효과도 있었다. 지역의 3개 센터가 모여, 학교 교육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협력한 경험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사업 운영에 있어서는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1년 사업의 기간과 예산에 비해 사업의 수와 양이 너무 많아서 3개 센터의 업무량에 부담이 되었다. 지역 교육청과 미디어센터가 미디어 리터러시 활성화를 목표로 힘을 모은 첫 사업이다 보니, 사업 전반적으로 예산 책정과 정산 등의 기준이 없어서 이와 관련한 불명확함은 사업 기간 내내 큰 어려움이었다.
2022년 사업에서는 지난해 사업 운영의 경험과 평가를 바탕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사업 내용 설정,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예산 책정과 정산 방식 등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청과 미디어센터 간 서로의 신뢰와 상호협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전북에서 함께 이루고자 하는 미디어교육 목적과 정의에 대한 개념 규정 확정, 학교 미디어교육에 대한 중장기적 기본계획의 수립, 전북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 자문위원회에서 협력위원회로 변화, 미디어교육의 단계적 사업 추진, 적절한 재정의 확보, 조례 제정에 따른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업과 조례의 실효성 있는 실행 방안 모색을 위한 논의 과정 등이 필요하다. 실례로 지역의 많은 조례가 제정 이후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에 제정된 전북도교육청의 조례와 관련해서도 지역사회가 꾸준한 관심으로 조례의 실효적 운영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또는 청소년 미디어교육과 활동은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은 청소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 안에서의 청소년 미디어 활동이며, 주체적인 미디어 활동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의 청소년 미디어 활동,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 안에서의 청소년 미디어 활동이다.
‘2021년 전북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의 시간은 전북지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실험과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나가는 데 그 시작의 의미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역 교육청과 지역 미디어센터가 함께 만나고 협력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활동들이 향후 전북지역 청소년·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있어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하며 그 첫 발걸음이 다음의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