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디어센터 이슈>는 코로나19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 미디어교육 강사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난관을 뚫고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장기간 '생활방역'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등등, 마음 복잡한 이야기들도 들려옵니다.
모두 고민스럽겠지만, 바로 그 고민에서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온라인 강의 기획/진행 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체크리스트
안나영(미디어교육 교사/any310@hanmail.net)
온라인 강의 개설·진행에 참고할 수 있는 현장 노하우를 소개해보자는 원고를 제안받았을 때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쳤다. 전 세계를 관통해버린 질병과 죽음의 위기가 새삼스럽게 극도의 단절을 감각하게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아직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맞닿아 있음을 납득하고 설명하기 위해 이토록 간절히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찾아 헤맸던 때가 있었던가 싶었다. 이런 낯선 기분을 안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묻게 된 소식들에는 웃픈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온몸으로 학교를 거부해오던 J는 고3이 되는 올해 처음으로 빨리 등교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졌다는 수줍은 마음을 고백하고, 건축과에 진학하여 설계 도면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M은 질문 하나에도 두 시간이 지나야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제법 답답한지 어느 순간부터 상욕 퍼레이드를 시전했다(괜히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해야 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 활동을 제안해오던 K는 비대면 강의 운영을 위해 오만 가지 프로그램 사용법을 학습하며 근 한달 간의 회의를 이끌었지만 결국 온라인 강의 개설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4개월을 꾸준히 동영상 제작 교육에 몰입했던 H어르신은 분가한 딸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불편한 두 눈을 부릅뜨며 영상을 완성했는데 아직까지도 유튜브에 올리지 못해 갑갑한 그 마음을 토로하신다.
처음엔 글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온갖 드립들을 떠올렸지만 통화가 점점 길어지면서부터는 어떤 말장난이나 멋들어진 수사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각각의 공간들에서 모두가 치열하게 고군분투 중인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두루뭉술한 현황 공유를 넘어선 구체적인 경험과 직관적인 정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본 지면은 장비 목록이나 소프트웨어 메뉴 활용 등의 온라인 강의 방법을 소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제한된 분량, 텍스트와 몇 장의 사진만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소개한다는 것의 어려움이 있는데, 이가 더 크게 체감되는 이유는 온라인 강의 환경을 구축하는 주체들의 정보량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기관 기획자나 미디어 교사들이 현장에서 쌓아온 각각의 고유한 전문성과는 별개로 5G 시대 왜 유선 랜이 필요한지, 보조 마이크는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지, 준비 시간은 어찌 이리 많이 소요되는지 등등 설명해야 할 분야나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자리엔 소프트웨어 사용법보다는 1) 확보해야 할 장비 구성과 주변 환경 세팅, 2) 강의 기획~운영~평가 과정에 어떠한 소통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구성을 담아보려고 한다.
● 잠깐의 고백
지난 강의나 컨설팅 경험을 돌아보면 사실 온라인 미디어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좀 아쉬운 편이다. 강의 내용이나 방식 변주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본인의 경우 사람 만나려고 수업하는 활동 목적 때문일 수 있겠다. 노동력 투여 대비 얻게 되는 임금이나 지위 등등이 너무나 미미하여 미디어교육을 생업으로 삼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강의실을 찾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누구와 함께 조화·협의·투쟁해가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감각을 체득하게 되는 중요한 생활 나눔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평생 한 번의 연도 닿지 않았을 다른 계급·육체·연령대의 사람들과 서로의 삶을 교차시키고 가끔은 죽도록 치고받아야 하는 다툼도 발생하지만 그 대화의 과정이나 각각의 변화를 미디어 속에 점층하고 함께 보는 공동의 공간 덕분에 내 삶의 방향이나 방식을 다시 한 번 직조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이루게 하는 물적 장소가 서로의 반응을 보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마당이 아닌 웹캠 달린 모니터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정 없는 렌즈가 ‘요놈~ 어디 잘하나 보자’라며 조용히 나를 감시하는 것만 같은 심적 부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운드 간섭을 줄이기 위해 참여자들의 마이크를 음소거 한 채(혹은 채팅으로나 의사 표현이 가능한 상태에서) 혼잣말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의 난감함이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는 것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대면 강의 수요 증가, 세태 변화에 발맞춰 존립의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지역·소통·문화 지원 기관으로서의 미디어센터 입지, 경계 위에서 위기 때마다 사회안전망 바깥으로 쉽게 미끄러지는 미디어교사들의 노동현장 확보 등등 이제는 모르는 척 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과정에 만날 수 있는 질문들을 하나씩 소개해본다.
● 첫 번째 질문, 어떻게?
보통 이 질문은 학교나 공공기관,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 미디어교육 기관 바깥에서 시작된다. 콘텐츠 구성이나 그의 활용 목적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이를 어떻게 온라인 강의라는 형태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이 묘연하여 정보와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 미디어교육 지원 주체들의 문제 풀이가 쉽지 않다. 기존의 기반시설이나 활동들이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국면에 대응하기엔 몇 가지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이고 또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
1. 쾌적한 인터넷 접속 환경 구축
사전 제작된 동영상 강의를 활용할 경우 해당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하고 이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공간에서 파일을 받아 수강하면 인터넷 접속 불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제공되는 강의 길이의 몇 곱이 되는 편집 시간, 제작자들의 의도에 반하는 미디어교사들의 초상권 침해 문제, 콘텐츠 n차 활용에 따른 저작권 분배 고민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뒤얽혀 있다.
때문에 강의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스트리밍 강좌를 선택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렇게 시작되는 첫 번째 미션, 웹에 원활하게 접속하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밥 먹듯 유튜브에 접속하는 일상경험 때문에 온라인 강의 또한 마찬가지로 어디서든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의 진행 시 송출되는 비디오+오디오 데이터 전송량이 생각보다 상당하다. 또한 이 신호가 끊김 없이 전송되어야 수신 컴퓨터에서 버퍼링 없는 수강이 가능하다. 그런데 공공 와이파이 권역이기 때문에, 혹은 웹 서핑에 어려움을 느꼈던 적이 없어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만큼 데이터 전송이 원활한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상상은 하지 못한다. 다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웹 접속 신호가 끊겨 강의가 중단되거나 수시로 버퍼링이 발생했던 때가 여러 번이다. 미디어교육 전문 기관들에서 말이다.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 사용량이 제한된 스마트폰 핫스팟으로 강의를 이어가며 식은땀을 흘렸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안테나 잔뜩 달린 공유기가 바로 옆에 붙어 있어도 이 또한 그리 믿음직스럽지는 않다. 최근 인터넷 생중계를 지원했던 소규모 행사장의 경우 공유기 위치가 무척 가까웠음에도 공간 내 와이파이 이용자가 많아 접속 신호가 자꾸만 희미해지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방법은? 그 공유기에 유선 랜을 꽂으면 된다. 와이파이 활용을 자제해달라고 아무리 당부해도 폰에 내장된 자동연결 기능 때문에 누군가는 송출 컴퓨터와 같은 망을 활용하게 된다. 이렇게 접속 신호는 또다시 옅어진다.
2. 적절한 촬영 장비의 확보
온라인 강의 프로세스를 소개할 때 그 서두로 ‘쉽게, 간단하게’를 강조하면서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만사 OK라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런데 이는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결제했던 150만원 짜리 내 노트북이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우선, 교사 모습을 촬영해 줄 웹캠이 필요한데 요즘 출시되는 저가 노트북들에는 웹캠이 없다. 혹시 내장되어 있는 컴퓨터라도 해상도 대부분이 1280×720 정도다. 나 역시 모니터 너머에 위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 말에 의하면 화질 낮은 웹캠이 학생들 원성을 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화질이 구려서 보기가 싫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 말 속에 숨은 여러 의도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지만 4K가 일반화된 시대 이미 동영상을 보는 눈들은 하늘 높이 치솟아서 내용이나 구성이 아무리 좋다 한들 해상도가 낮으면 그 화면을 얼마나 오래 볼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화질 나쁜 웹캠 하나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열흘 이상의 시간을 인내하며 해외직구 상품 배송을 기다리거나 AS도 받을 수 없는 내수병행 제품을 3~4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서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을 웹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앱들이 있다. 단순 강의용으로는 무료 버전도 손색이 없지만 4,000원~20,000원 정도 되는 유료 버전의 경우 노출이나 화이트밸런스 등의 수동 조정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앱들이 와이파이를 통해 컴퓨터와 쉽게 연결되지만 역시나 전송 신호 단절 상황이 우려된다면 USB 라인을 통해 컴퓨터에 직결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미디어센터에서는 캡쳐보드(캡쳐카드)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10만 원 중반에서 20만 원 후반대에 가격이 책정되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캡쳐보드가 있으면 이미 보유 중인 고성능의 카메라를 웹캠으로 사용할 수 있고, 교사의 목소리를 깔끔히 담아낼 수 있는 마이크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마이크의 경우 카메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경이 덜 쓰이는 것 같다. 보통은 웹캠 렌즈 옆에 내장되어 말소리를 정면에서 흡수하고, 혹시 작동이 잘 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포장박스에 동봉된 이어 마이크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이러한 기본 구성품을 활용할 때는 강의 진행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5~10분 정도의 간추림 버전은 괜찮을 수 있지만 그 이상 강의가 지속된다면 옷깃에 마이크 쓸리는 소리, 주변 공간 소음 간섭, 임피던스 문제에 따른 화이트 노이즈 등이 집중을 방해하며 참여자들을 문자 그대로 골치 아프게 괴롭힐 수 있다. 이럴 때는 천천히 책상 주변을 둘러보자. 마이크가 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타입의 경우 옷깃에 고정할 수 있는 클립·핀을 활용해서 본체 이동을 최소화시키고, 혹시 몸에 부착할 수 없는 타입이라면 소품이나 대본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입 가까이 마이크를 배치하면 된다.
● 두 번째 질문, 누구와?
두 번째 질문에서는 온라인 강의 주관단체와 미디어교사 간 어떤 분야의 소통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내용을 정리했다. 누구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가는 과정에는 응당 교육 참여자도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본인이 진행했던 온라인 강의의 경우 웹으로 쉽게 모이는 만큼 빠르게 흩어지는 제약 환경의 극복이 쉽지 않아서 강의 평가나 이후 활동에 대한 후속 대화가 지속되지 못했다. 강의의 질적 발전과 지역사회 활동 확장을 도모하기 위한 웹 상의 소통 방식 또한 정교하게 고민될 필요가 있겠다.
1. 초상권
교육 기록사진·참여자 콘텐츠 제작물·보도물 인터뷰 등등 내키지 않을 때가 많은 기록, 노출의 순간 이것이 단상에 서는 사람들의 운명이려나 싶지만 그럼에도 거절한 기억이 거의 없었던 이유는 참여자들에게 의미있는 작업이자 그의 활용이 활동 조직 목적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치가 넓어지고 특정인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합성시키는 딥페이크 등의 첨단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이미지 악용 사례를 보는 요즘 마음이 편치가 않다.
초상권 침해 가능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초상권이란 나의 얼굴이 내 의지에 반해 촬영·활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학교의 경우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원격수업에 대비한 실천수칙’을 통해 교사의 얼굴을 도용한 학생을 ‘교원지위법’에 따라 최대 퇴학 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선생님·친구 얼굴 무단 촬영·배포 안돼요”…원격수업 실천 수칙 10‘ 한겨레신문 2020년 4월 8일자 기사 참고). 그런데 같은 공간에서 강의하는 미디어교육 교사 대부분은 교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두산백과 ‘교원’ 검색 참고).
이쯤 되면 예상되는 반응 첫 번째, 설마 당신의 이미지가 도용될까 싶은 의심이다. 이건 현장과 교사들에 무심해서 하는 소리다. 근래 교사의 동의 없이 촬영되는 영상 때문에 참여자들과 말다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더 빈번해진다. 실습하는 듯 도촬한다. 본인의 경우 수강생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프로필 사진 게시와 함께 강의 모습이 수차례에 걸쳐 생중계된 적도 있다. 이런 사례를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만 안타깝게도 교사의 초상권과 관련한 내용을 먼저 공지해준 기관은 한 군데 뿐이었다. 각자도생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참여자들에게 초상권의 중요성을 자각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2017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초상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일독을 에둘러 권해보거나, 교사의 얼굴을 캐릭터화 해주는 ‘AR이모지’, ‘제페토’ 등의 앱을 온라인 강의에 적용해보려고 활용을 시도하지만 이가 효과적 대안이 되고 있는지는 아직 체감이 쉽지 않다.
두 번째 반응은 뭘 그렇게까지 과잉 반응을 하는지 공감할 수 없다는 불감적 태도다. 이러한 발언이 누구의 어떤 의도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살펴본다면 마음이 제법 쓰리다. 물론 시국이 이러하니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온라인 콘텐츠로 구성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의 돌파를 위해 함께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미디어교육 기관과 미디어교사의 현재 소통 방식이 비민주적일 때가 많고 너무 다양한 우발 요소들이 소화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역할로 강제되고 있다. 한 기관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오프라인 강의를 촬영하여 웹 플랫폼에 업로드 하겠다는 주관단체의 통보 같은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운영 목표가 새롭게 수립되었으므로 같은 공간에서 강의 중인 본인 또한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몇 시간에 걸친 논쟁 끝에 다행히도 그 강의는 동영상 촬영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몇 년 후의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 강의 제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부재하고, 촬영 당일 예정에 없던 콘티가 추가되거나 다른 구성의 내용을 요구하는 등 더 나쁜 방식의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모습들에서 어떤 기시감이 드는 건 과연 나 하나뿐일까.
누가 몇 명이나 수강 중인지 확인이 어려운 개방형 플랫폼 유튜브는 물론이요, ZOOM이나 리모트미팅 같은 폐쇄적 화상 강의 공간 또한 화면 캡쳐 프로그램 하나면 언제든 초상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디어 교사들은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권리 보전을 위한 고민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은 온라인 강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미디어 교사로서의 시대적 역할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하나씩 실천해봤으면 좋겠다. 먼저 초상권 침해 시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지에 대한 안내를 강의 시작 전후로 공지해보자. 이를 주관기관 스태프가 진행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장기적 측면에서 미디어교육 기관과 시민들이 지켜야 할 관련 약속을 만들고, 이의 실효를 위해 사문화될 규정 이상의 가시적인 실천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이겠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삶의 방식은 그 이전의 모습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모두가 그 불안 때문에 호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생활 예측의 불가능성과 관계의 물리적·심리적 단절로 그 고립이 극단에 다다른 지금, 때문에 교사들에겐 파트너로서 존중되고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초상권 보호 논의가 이 관계 안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2. 저작권
저작권이란 독창성이 담긴 창작물에 대한 제작자의 관리·활용 권한을 말한다. 온라인 강의의 경우 그 제작자는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기획·제안하고 강좌를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프로덕션을 지원하는 ‘미디어교육 기관’, 강의 내용을 구성하고 그에 필요한 참고자료를 제작하며 교육 참여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본 강의를 진행하는 ‘미디어교사’가 되겠다. 해당 구분은 강의 내용이나 구성 형태, 제작·배포를 위한 역할 나눔에 따라 그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조합으로 제작될 강의 저작권은 아래의 목록들로 세분화된다.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에 저작권 관련 고민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논제가 있지만 본 문단에서 주목해볼 상황은 특정 시간 1회 진행되는 기존의 강의와 달리, 온라인 강의는 사실 상 ① 접근제한 거의 없이 ② 반복재생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먼저, 수강에 접근제한이 없다는 것은 강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초 수준의 기능과 시청 환경이 확보됐을 때 그야말로 헌법상의 누구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접근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가 강의를 시청하는지, 혹은 강의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확인이 쉽지 않다. 해당 강의가 ‘캡처’되어 제작자들의 의도에 맞지 않게 활용되거나(동일성유지권 침해), 새롭게 편집되어 임의 활용(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 방지를 위해 특정 아이디나 패스워드를 확보해야 접근 가능한 폐쇄적 환경 속에서 사전 모집된 참여자들만을 대상으로 1회기 진행하는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불법 캡처와 게시·배포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초상권 보호를 위한 안내처럼 교육 참여자들이 지켜야 할 약속 혹은 책임에 대해 분명히 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반복재생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강의 저작물에 대한 ‘배포권’, ‘공중송신권’을 누가 얼마나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역시 폐쇄적인 웹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1회만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일부 해소할 수 있지만, 유튜브나 트위치 등 URL만 있으면 누구나 반복 수강이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엔 교사의 저작물인 강의 내용이 무한 배포, 공중송신된다. 해당 강의의 동영상 URL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복제권이 침해되지는 않으나, 사실상 강의 내용이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또 스마트폰으로 클릭 횟수 제한 없이 ‘복제’된다.
저작권에 대한 골치 아픈 계산이 뒤따르더라도 유튜브 같은 오픈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있다. 폐쇄적 화상 강의를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의 경우 전용 프로그램을 디바이스에 설치하고, 이의 사용법을 알아야 수강을 하고 질문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누군가에겐 굉장한 고난으로 여겨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인은 이러한 환경에서 강의하는 것을 좀 더 선호한다. 강의라는 지적 재산이 온라인에 게시된다는 것에 대한 활동비 책정이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재생된다는 것은, 그만큼 오프라인에서의 강의 기회가 축소되고 확보 가능한 강의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아쉬운 대안이 있기는 하다. 유튜브의 경우 스트리밍 강의 혹은 직접 업로드한 동영상 파일의 게시 기간을 협의하는 것이다. 전체공개에서 비공개로 전환하는, 참여자들이 실시간 강의 때 놓친 부분을 재시청할 수 있으면서 교사의 자산도 보장할 수 있는 그런… 기간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 같다. 본인에게 강의 동영상을 촬영하자고 제안했던 기관의 경우 ‘클릭 수’라는 운영 실적에 욕심이 있었다. 무시할 수는 없다. 기관의 존립은 교사들의 노동현장 확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질문하고 싶어진다. 왜 미디어교육 기관의 개설 의의 및 운영 지속의 필요성을 클릭 수로 증명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3. 인건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세태를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그 반향으로 온라인 강의에 대한 사업 효과를 클릭 수로 증명해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도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강의 운영을 위한 활동비 논의를 통해, 제작자들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비용을 책정하면 된다. 협의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의 집행을 위한 행정적 방법이나 절차 또한 고안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격 논의에 앞서 체감되는 현장 분위기는 온라인 강의 진행을 위한 미디어 교사들의 시간·자원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잘 모른다는 느낌이다. 본인의 온라인 강의 사례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의 지원이 필요한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유튜브와 줌을 활용한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 강의’ 위주의 설명이라 녹화한 파일을 업로드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고려 요소가 적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둔다. (단 후자의 경우 촬영한 파일을 편집하기 위한 작업 시간,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강의 준비 : 온라인 강의일수록 내용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지, 강의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지 더 꼼꼼하게 연상해보게 된다.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화상 프로그램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참여자들의 컨디션, 이해도 등을 가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얼굴을 비추는 프레임 사이즈가 손바닥보다 작은 데다, 강의 + 활용자료 전환 + 반응 모니터까지 동시에 진행할 여력이 없어서 그렇다. 때문에 무엇이 누수되었고 어떤 보충이 필요한지 가늠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오프라인 강의보다 활용자료를 더 많이, 다양하게 준비한다. 순식간에 스치는 말소리를 어떤 식으로든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이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PPT에 삽입해야 할 사진·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곧 시작하게 될 영상 언어 읽기 강의에서는 그야말로 파일 감상이 주가 될 것이기 때문에 PPT 제작 시간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본다.
▶ 공간·장비 세팅 : 강의실에 진입하면 어떤 시설들이 구축되어 있는지, 이가 정상 구동되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장비의 종류나 시설의 상태가 집보다 못한 경우들이 많았다.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본 경험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혹시나 장비실 어딘가에 숨어있는 장비 모두를 꺼내 작동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영상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거나 카메라·마이크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송출 장비가 없어서 강의 모습을 웹 프로그램에 전송할 수가 없었다. 방문 경험이 있는 기관들의 경우 위 같은 이유로 본인 집에서 강의를 진행하면 어떠할지 몇 군데 제안해봤지만 여러 가지 내부 사정으로 성사된 적은 없다.
이 준비에 1시간~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물론 세팅이 반복되면 시간은 점점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몇 차례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극적인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촬영 공간이 온라인 강의용으로만 쓰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렇다. 2차 촬영 때 이미 테스트를 끝낸 장비가 사라져 대체물품을 한 번 더 찾아 헤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또한… 눈물 찔끔 하다 보면 지나갈 시간이기는 하다.
▶ 강의 준비와 진행 : 자리 잡고 앉았으면 그날 교육 참여자들과 공유해야 할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파일들이 송출 프로그램에 잘 호환되는지, 적당한 이미지 사이즈·충분한 사운드 크기로 출력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리허설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 화면 전환이 수월한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가끔 동영상 파일이 재생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코덱 문제인데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내 컴퓨터에 설치된 OBS에서는 재생되는 동영상이 촬영실 컴퓨터 OBS에서는 소리를 출력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우려될 경우, 흔한 코덱으로 압축된 동영상이라도 정상 재생이 확인된 파일의 코덱으로 모든 영상을 재인코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됐으면 송출화면 안에 PPT와 동영상, 사진, 웹브라우저에 내 얼굴까지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PIP 콘티를 확인하며 화면 사이즈를 미리 조정해둔다. 역시나 강의에 활용될 자료의 양이나 종류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것이고 반복 작업이라 기술적 어려움도 덜한 편이지만 이 또한 30분 이상은 확보하는 게 좋다. 오프라인 강의실이었다면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 엠프의 전원을 켜는 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겠지만 온라인 강의이기 때문에 컴퓨터의 상태나 프로그램 호환여부 확인을 위한 시간이 추가되는 것이다.
드디어 강의를 진행하면 되는데… 이번엔 수업 운영 시간이 초과된다. 활용자료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유로 말이 느려진다. 그리고 말이 많아진다. 쉬기는 어렵다. 묵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의 집중도는 뚝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강의였다면 참여자들에게 질문하거나 토의를 제안함으로써 잠깐의 쉼표를 찍어볼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참여자들의 마이크 구동 여부를 언제, 어떻게 확인할 것이란 말인가.
▶ 활동 평가 · 정리 : 목도 아플 것이고… 무엇보다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조정해가며 사고 없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긴장에 몸이 제법 피로하다. 그럼에도 아직 활동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결국은 주어진 시간 내에 전달해야 할 내용을 다 소개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PT를 더 채워 배포하거나 후속 내용을 추가 촬영, 편집하여 재게시한 적도 있다.
아, 종료 시간을 훌쩍 넘기더라도 온라인강의 활동 평가를 위한 설문이 배포될 것이니 이에 답신을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인사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멘트가 유효한지에 대한 고민은 들지만 변수가 많은 온라인 강의일수록 더 안정적인 기획, 진행을 위해 참여자들의 피드백은 중요하다.
이제 마지막으로는 팝업되는 질문들과 자료 공유 요청에 답신을 하면 된다. 교사나 참여자 모두 육성 대화가 어려우니 채팅창을 활용하거나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소통한다. 그런데 평소 글 쓰는 것이 어려워 간단한 문자도 육성 통화로 대체하는 본인에게 참여자들의 질문이나 요청을 또 한 번의 작문으로 대응하는 것이 꽤 어렵다.
이렇게 온라인 강의가 종료된다. 지금까지 함께한 독자들, 그러니까 미디어교육 기관 스태프나 미디어교사들은 어느 정도의 인건비가 적당하다고 생각할까? 물론 위 내용들은 온라인 강의 진행 환경, 제안 받은 교육 내용, 미디어교사의 강의 역량, 자료 선택과 활용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청중의 형태가 사람 아닌 카메라로 바뀐 환경 변화가 그리 크지 않거나 더 쾌적할 것이라는 생각에, 교사들에게 지급했던 활동비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축소시켜야 한다는 반응들은 위 같은 현장 상황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마음이 쩍쩍 갈라졌다. 미디어교육 기관들은 미디어교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 걸까. 그 이전에 미디어교육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이라 생각하는가. 왜 이 많은 시간, 자원들을 소진해가면서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는지 그 목적이나 상황들을 상상해보지 않는 걸까.
중요한 것은 논의를 제안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운영과 노동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 토론을 시작한 단위들은 이미 상당히 구체화 된 온라인 강의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완주미디어센터의 경우 강의 개설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어떤 운영 조건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완주 역시 준비 시작 단계의 상황이었지만 장기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실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거나 지역 현장을 지원하게 될 교사들에게 필요한 보수교육을 제공했다. 그 과정 속에서 채워진 현장 정보들을 통해 실제 활용될 장비를 구축하고 어떤 프로그램 혹은 운영 방식이 적합한지에 대한 실험들을 진행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을 미디어교사들과 함께 했다. 모두가 낯선 지금의 상황에 예상치 못한 사고도 발생하지만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요청할 동료와 자원이 함께 한다는 감각이 안정적 운영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좀 더 구체적이다.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와 함께 한 두 차례의 기획 회의는 이미 ‘브이로그 제작하기’,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원데이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으로 실현되었고, 또 어떤 후속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한 콘텐츠 기획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강의 운영을 위한 역할 나눔 또한 세분화했다. 미디어교사들은 온라인 강의용 콘텐츠 구성과 활용자료를 연구·개발하고,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은 해당 강의가 잘 송출될 수 있도록 장비 세팅 및 사전 리허설 역할을 분담해주었다고 한다. 강의 전후로 제기되는 질문들, 제안들에 대응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라고 한다. 수업 외부의 상황들이 얼마나 번잡스럽고 많은 공이 드는지를 떠올리면… 정말 온 마음을 내어드리고 싶은 심정이 된다.
물론 미디어교육 기관 스태프들은 바쁘다. 오만 지역 민원들까지 소화해야 하는 미디어센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의 외적인 프로덕션을 소화할 수 있는 지원 교사를 섭외하면 어떨까. 절절한 개인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당장의 생존이 힘든 교사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이들에게 현장 업무를 분담하면 미디어교육 활동 지속에 도움이 되고, 관련 노하우가 축적·공유되어 좀 더 많은 현장에 신속히 대응할 수가 있게 된다.
● 세 번째 질문, 무엇을?
위에서 살펴본 기술들, 제반 지원들을 조합한 끝에는 결국 미디어교육 및 유관 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즉, 우리 사회의 공동체 문화 활성화 및 이를 통한 기본권 확대·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 모색의 장을 마련하는 데 어떤 ‘온라인 강의’가 필요할까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아래의 상황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1. 다양한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특성 이해 연구
미디어교육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건 중 하나가 교육 참여자들의 연령이다. 먼저 온라인 강의에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거라고 예상되는 성인·청소년 대상의 미디어교육부터 시작되는 추세이나 지금처럼 의도치 않은 물리적 거리가 발생한 시대 제일 먼저 사회·문화 활동 소외 계층이 되는 노인 또한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그런데 이의 실현을 위해 노인 세대를 위한 온라인 강의를 기획한다면? 우선 유튜브 페이지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픽토그램 기능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기술강의를 해오면서 뭐든 눌러보고 움직여봐야 빨리 익숙해진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가 송출되는 웹페이지의 경우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을 때 갑자기 URL 사용이 중단되어 채널을 개설한 계정을 포함, 교육 참여자 모두가 강의 방송 밖으로 튕겨져 나간 때가 있었다.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다. 스트리밍 방송 중간에 저작권 보호법을 위반한 콘텐츠가 삽입되어 필터링 시스템에 포착될 경우 유튜브가 사운드를 끄거나 방송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를 우려하여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때는 본인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 저작권 활용이 허락된 CCL파일 및 이 CCL콘텐츠를 활용한, 배포를 목적으로 제작된 교육 영상만을 활용한다. 이 강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아마도 본 강의를 수강한, 유튜브 페이지나 메뉴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 한 분이 화면 속 여러 메뉴를 클릭하다가 커뮤니티 위반 신고를 뜻하는 ‘깃발’ 디자인의 아이콘을 눌러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닌지 추측할 수 있다. 물론 깃발 아이콘을 클릭한다고 바로 동영상 재생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해당 콘텐츠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를 체크하는 중간 팝업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깃발’이 원인일 것이라 약간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본인 또한 유튜브의 특정 메뉴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무슨 소리인지 바로 이해되지 않았던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페이지의 경우엔 마치 보험약관을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소통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구슬프지만 요즘 청소년들과의 대화도 그렇다. 청소년들을 만나면 유튜브 속 누구의 채널을 구독하고 어떤 유형의 영상을 즐겨보는지 물어본다. 개인들의 취향, 앞으로의 관계 형태, 콘텐츠 제작에의 아이디어 발굴을 위함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집된 채널이나 동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도대체 무엇이 재미있는지, 왜 선호되는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진지하게 감상의 이유를 물어보기는 하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식이 없는, 대부분 ‘재미있다’라는 감정의 상태들로만 구성될 뿐이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모든 것이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경험이나 감정·상태를 기존의 문자 언어가 충분히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뜻일 수 있다. 혹은 이들에게 중요한 (필요한) 언어가 문자가 아니기에 시험문제 풀이 이상으로 배움이 확장되고 있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다.
이래저래 아득해진다. 진중권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같은 달력을 쓰더라도 동시대를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또 다르게 체감되는 상황이다. 지금의 나는 보험약관도, 청소년들의 수다도 이해·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교육을 실천하는 우리가 서로의 소통 불/가능성에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각각의 세대가 놓인 위상차를 인지해야 한다는 엄기호 선생님의 표현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한다. 서로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인지하는 것, 그 다름 때문에 어떤 문화들이 각각의 갈래에 따라 확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네러티브 분석, 마지막으로 이 간극들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한 리터러시의 개발 등등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2. 온라인 플랫폼의 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한 교육 기획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위상차를 파악하고, 그 속의 교차 가능한 삶의 요소를 발굴하기 위해 어떤 구성의 교육을 진행해야 할까.
아이디어 중 하나로, 영상 기초 리터러시를 다질 수 있는 강의를 개설해보면 어떨지 싶다. ‘리터러시’라는 용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고 그 의미 또한 시대별·지역별로 차이를 달리하지만, 여기서는 이미지 기호의 종류와 그들이 조합하는 이 시대 상징들에 대한 토론을 시도해보자는 의미에서의 협소한 해석을 기반으로 한다. 이게 웬 고리타분한 소리인지 싶겠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아카데미가 아닌 미디어교육 기관에서 영상 언어 분석에 대한 진지한 교육이 몇 차례나 이루어졌던가.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1~2회 짧은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던 특강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체험, 흥미 위주의 강의 편성이라는 시류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혹은 미디어교육 기관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미 민주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소통하기 위한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었다는 가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궁금하다. 우리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단어를 개발하게 되었는지, 왜 이 표현을 사용하고 어떤 맥락 때문에 그들만의 의미가 발생했는지 말이다. 아무리 바벨탑이 무너졌대도 서로에게 소통하며 살아가려는 의지가 남아있다면, 우리의 시대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촬영한 화면 속의 기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글이나 말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아주 오묘한 그 느낌적인 느낌 혹은 특정 순간의 에피소드를 묘사해보는 콘텐츠 개발 과정을 교육으로 기획해보면 어떨까. 이를 시리즈로 구성하여 아카이빙 해보는 작업도 재미있을 것 같다.
리터러시 교류를 위한 생활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해볼 수도 있다. 드로잉 교육도 그 일환일 수 있겠다. 영화 콘티를 직접 그려보고 싶어서 동네 화실을 다녔던 적이 있는데 디테일 빼느라 큰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겨우 기초과정만 패스했지만, 숙제 안 해온다는 선생님의 끝없는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화실을 쫓아다녔던 건 옆에 앉은 동료들의 드로잉 과정을 구경하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모델이 되거나, 동료를 모델 삼아 같은 모습을 다른 이미지의 그림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은 내가 무엇에 주목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그래서 어떤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는지를 드러내고 설명하는 시간이 된다. 또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그림은 우리 안에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기호를 탄생시킨다. 과정과 결과 모두가 미디어/리터러시가 되는 그런 신박한 프로그램, 뭐 없을까.
이런 교육이 과연 지역민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치켜뜰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쩌랴, 시도해본 적이 없으니 이것저것 다양하게 부딪쳐볼 수밖에 없다. 본인이 처음 미디어센터에 발을 들였을때에는 비록 폐강 위기에 처했어도, 내용이 난해하거나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도 미디어교육의 의미와 시대적 필요를 잃지 않기 위해 개강을 밀어붙였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마치 유명 유튜버들과 경쟁하는 듯한 구성의 콘텐츠들이 온라인 강의로 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흥행을 위한 강의를 개설하게 되는지에 대한 상황 분석과 함께, 미디어교육 기관만의 특성을 잘 녹인 강의 개발이 다시 한번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다.
마침 때가 좋다. 아직은 사회적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이때, 온라인 플랫폼 적응을 위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요즘, 앞으로의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구성을 시도해보는 것이 합당한 지금, 해볼 수 있는 모든 새로운 것들을 상상하고 시도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