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영상문화 향유권의 확대와 작은영화관의 운영 안정화 지원을 목적으로 2014년부터 진행된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작은영화관에서 나누는 색다른 영화 이야기'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영화프로그램을 기획·상영하며, 매년 매진 행렬을 기록할 만큼 지역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작은영화관 기획전!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올해도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화 프로그램으로 지역민들을 만나 함께 호흡하고 있는 작은영화관 기획전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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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 색다른 영화를 경험하다
작은영화관 기획전
박영희 (작은영화관 기획전 홍보팀장)
2020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전국의 작은영화관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민의 영상문화 향유권의 확대와 작은영화관의 운영 안정화 지원을 목적으로 2014년부터 진행된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올해 7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역민의 사랑방, 작은영화관
먼저,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태동할 수 있게 한 배경인 작은영화관은 문화 사각지대라고 여겨지는 극장 부재 지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총 100석 내외, 2개관으로 구성되는 작은 규모의 상설 상영관을 일컫는다.
이는 인구 2만 명에서 10만 명 이하의 지역에 조성하는 작은 규모의 영화관이라는 표현인 동시에, 수익보다 지역민의 문화생활 증진을 위한 공공적 목적으로 조성되는 공공 문화 시설이기도 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013년 한해 극장 관객은 2억 1332만 명으로 인구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는 4.25회였다. 지역별로는 서울특별시가 6.01회로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가 가장 많았고, 가장 적었던 곳은 전남으로 서울의 3분의 1 수준인 2.06명에 그쳤다. (출처: 2013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처음 시작한 2014년 8개였던 작은영화관은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그 수가 점차 증가하여 2019년 12월 기준 46개소에 이르게 되었다. 그 격차는 달라졌을까?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을 살펴보면, 서울특별시 5.94, 전남 2.73으로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었다. (출처: 2019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작은영화관 기획전의 시작, 작은영화관에서 나누는 색다른 영화 이야기
2014년 처음 시작된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작은영화관에서 나누는 색다른 영화 이야기’라는 슬로건 아래 작은영화관에서 개봉영화뿐 아니라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영화프로그램을 기획·상영함으로써 지역 관객의 영화 향유권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또한, 영화 상영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영화를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를 통해 생각하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보다 능동적인 영화 관람 문화를 조성하고자 관객의 연령과 관심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8개의 작은영화관과 4개의 단관극장에서 진행된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제 지평선시네마의 경우 좌석점유율이 80%에 육박했다.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성공적인 첫 개최를 바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 없이 함께 즐기는 배리어프리 영화, 예술의 전당 공연 실황 등 더욱 폭넓은 장르의 마련과 심리치료, 인문학 등 심화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매회 진화를 거듭했다.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지난 6년간 184회의 기획전을 개최했으며, 606편의 영화가 4,108회에 걸쳐 상영되었다. 작은영화관 기획전에 참가한 총 관객은 133,419명이었다. 영화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253회가 진행되었으며, 11,905명의 관객이 보는 것을 넘어 배우고 즐기는 영화를 경험했다.
우리 동네에서 색다른 영화를 경험하다, 2020 작은영화관 기획전
올해는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상의 즐거움을 잃은 지역의 관객들과 운영중단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작은영화관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불어넣고자 여느 해보다 심혈을 기울여 7번째 행사를 준비했다.
2020년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우리 동네에서 색다른 영화를 경험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공모를 통해 선정된 21개 작은영화관에서 다채로운 예술영화 상영과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채로운 영화로 구성된 상영 프로그램
2020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12개 섹션으로 구성된 상영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섹션인 ‘5.18 그날의 진실’을 비롯해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만나보는 ‘언제나 출발은 가족’,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한 뼘 더 성장하는 주인공을 그린 ‘공감과 위로의 성장영화’, 어린이는 모험의 세계로,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하는 ‘영화랑 놀자’ 귀가 즐거운 음악영화를 통해 음악과 직접 마주하는 ‘영화는 선율을 타고’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미술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를 만나보는 ‘영화 속 미술’, 세상을 향해 당당한 여성을 담은 ‘여성을 사랑한 영화’, 우리 삶의 다양한 공간을 깊게 살펴보는 ‘영화가 바라본 공간’,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은 ‘사랑에 빠진 영화’, 장애인, 비장애인 관계없이 모두 함께 관람이 가능한 ‘배리어프리 특별전’, 예술의전당 우수공연 및 라이브 실황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컬처 온 스크린’, 사업단이 추천하는 놓쳐서는 안 될 작품 모음 ‘프로그래머 추천작’ 등 다채로운 장르의 영화를 담았다.
전국의 작은영화관은 12개 섹션의 90여 편의 작품 중 지역민의 니즈를 고려해 선택한 10편 내외의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색다른 채플린을 만나다.
올해 작은영화관 기획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프로그래머 추천작’ 섹션의 <키드: 채플린, 그리고 판소리>와 <시티 라이트: 채플린, 그리고 변사>다. 두 작품은 2020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특별 기획한 작품으로, 천재 예술가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판소리 공연과 변사와 함께 감상할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자 마련했다.
관객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선미 명창의 판소리와 함께 채플린을 만나는 <키드: 채플린, 그리고 판소리>가 상영되자 흥겨운 판소리에 맞추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객분들이 어깨춤을 추시기 시작했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옆 관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숨죽여 들썩거리시는 분들도 많았다.
<시티 라이트: 채플린, 그리고 변사>는 특히 고령의 관객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와 변사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에 젖게 해줘 고맙다는 관객분,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며 변사 공연자에게 사인을 요청하신 관객분 등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영화를 즐기는 완벽한 방법
금산시네마 찾아가는 영화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다각도의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 한 해였다.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객들이 자동차 극장에서 맘껏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여러 가지 포맷을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관객에게 딱 맞춘 교육 프로그램
작은영화관 기획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영화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은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부분이 축소되었음에도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newletter/10호(12월)/이슈/201128_무주산골영화관_야구소녀최윤태감독GV.jpg)
예산시네마_캐릭터 가면 만들기 무주산골영화관_<야구소녀> 최윤태 감독 GV
올해 기획전의 교육 프로그램은 영화에 대한 인상 깊은 캐릭터와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영화 속 캐릭터 가면 만들기’, ‘채플린 파우치 만들기’ 등의 만들기 활동을 비롯해 영화 속 인물을 통해 나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영화와 심리 이야기’, ‘힐링시네마’ 등의 심리치료 프로그램, 영화를 연출한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의 대화’와 <키드: 채플린, 그리고 판소리>와 연계한 ‘영화 그리고 소리꾼 이야기’ 등 관객들의 연령과 성별, 관심사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중 영화 <벌새>와 연계한 ‘영화와 심리 이야기’ 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여성과 성차별, 가정폭력 등 영화가 던져주는 여러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비슷한 경험을 가졌을 법한 중년의 여성 관객분들이 모여서 그런지 공감의 눈물을 흘리시며 그동안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억눌리며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너도나도 쏟아 내셨다. 그 모습을 보고 영화와 교육 프로그램이 관객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때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아 그 어느 해보다 작은영화관 기획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였던 것은 사실이다. 작은영화관 기획전의 일정이 공개되면 곧바로 학교, 기관 등의 단체문의가 줄을 잇던 예전과는 달랐다. 홍보에 있어서도 관객분들이 안 오셔도, 너무 많이 오셔도 진행이 어려웠기에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염려를 관객분들께서 모두 잠재워주셨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 나와 철저하기로 소문난 기획전의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시고 작은영화관 기획전을 한껏, 깊이 느껴주시고 즐겨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년에는 예전처럼 매진행렬이 줄을 잇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북적북적한 기획전을 맞이하기를.
- 관련 링크
작은영화관 기획전 홈페이지: www.smallcinem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