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코로나19와 비대면 사회의 도래와 함께 가장 많이 들어본 용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이 용어에 대해 미디어센터에서도 고민이 많으시리란 생각으로, 이번 호 <미디어센터 이슈>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미디어·영화 리터러시 교육 또한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연구조사센터 김선아 연구원님의 글부터,
작년 여러 미디어센터와 비대면 상영회 및 영화교육을 운영한 퍼플레이 김하나 총괄매니저님의 사례원고,
유튜브부터 저널리즘까지를 아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짚어주신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님의 글,
마지막으로 작년 '미디어·영화 리터러시 교육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한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허장휘 사무국장님의 원고까지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다각도의 이야기들을 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에 접근하고, 미디어를 분석·평가하며, 미디어로 창조·소통·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미디어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다음을 도모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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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성)영화, 그리고 영화 리터러시
- 퍼플레이를 활용하는 N가지 방법
김하나(㈜퍼플레이컴퍼니 총괄매니저)
우선 퍼플레이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을 해야할 것 같다. 퍼플레이는 예비사회적기업 ‘(주)퍼플레이컴퍼니’가 운영하고 있는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purplay.co.kr)으로, 2019년 12월 20일 공식 웹사이트를 오픈하여 2021년 3월 현재, 운영 1년을 갓 넘긴 아직 따끈따끈한 신생 서비스이다. 물론 이렇게나 숨 가쁘게 돌아가는 온라인, OTT 서비스 시장에서 1년이라고 하면 그게 무엇이든 보여주고 평가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냐 되물을 수도 있겠으나, 1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새롭게 할 일들과 덤벼보고 싶은 사업이 넘쳐난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긍정적인 신호라고 서로를 다독이고 있는, 그래서 아직은 ‘에너지 넘치는 신인’이라 스스로를 부르고 싶은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퍼플레이는 ‘영상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 문화 확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다른 매체에서 만나기 어려운 국내외의 여성영화1)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부푼 꿈으로 시작한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코로나’라는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이른 바 ‘집콕 시대’가 열리면서 IPTV, OTT 서비스의 약진이 이어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퍼플레이 역시 시대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법 난감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퍼플레이는 ‘팬데믹 이전의 시대’를 겪어보지 않았으므로 지금의 성과가 이 바이러스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실제로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성영화와 코로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 사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4,5개월 가량이 흘렀을 시점이다. ‘개개인의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개별 결제를 통해 관람’하는 것이 퍼플레이의 효용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하던 중, 사람들이 영화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모여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열망이란 것은 꽤나 뜨겁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온라인으로 동네 친구 만들기
은평뉴타운미디어라이브러리센터 ‘비대면 페미씨네’에서 ‘보는 언니들’까지
본격적인 시작은 은평뉴타운미디어라이브러리센터(구립은평뉴타운도서관, 이하 은평센터)의 ‘비대면 페미씨네’ 사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센터는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으나, 아니 그러하기에 더더욱 온라인을 활용한 상영사업을 시도해보기 좋은 시점이었고, 열정과 의지를 겸비한 센터 담당자와 함께 ‘온라인 여성영화 보기 모임’이라는 재미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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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비대면 페미씨네
기 간 : 2020년 8월 4일 ~ 9월 1일 / 매주 1회 정기모임
*이후 2021년 2월까지 3회째 후속모임 진행 중이며 현재 모임명은 ‘보는 언니들’이다
참여인원 : 20여 명
내 용 : 여성영화를 주제로 온라인에서 이야기 나누는 동아리 모임
진행방식
- 동아리 참가자를 사전 모집
- 모집된 인원이 퍼플레이에 가입하면, 각 회차별로 큐레이션된 작품을 해당 기간동안 관람할 수 있도록 설정(일주일 이내 72시간 관람 권한 제공)
- 영화를 보고 간단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워크시트 사전 제공(PDF 형태)
- 주 1회, 약속된 시간에 온라인(ZOOM)에서 만나 워크시트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눔 (퍼플레이 큐레이터가 모임을 진행, 은평센터 측에서 온라인 모임을 위한 기술 지원 담당)
- 마지막 주에는 감독을 초청하여 온라인 GV진행
- 회차별 모임 진행결과를 기록하여 기록집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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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시트 (이미지 클릭!) |
‘비대면 페미씨네’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이전까지 진행되던 ‘공동체상영’의 방식과 어떻게 변별점을 찾고 구별해낼 것이냐의 문제였다. 퍼플레이는 각 작품의 배급사/감독들로부터 ‘퍼플레이에서의 온라인 상영’에 대한 권한만을 허가받은 상황이었고 이러한 방식이 기존의 ‘공동체상영’과 어떻게 충돌하지 않을 수 있을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여러 각도에서 계속 묻고 답하며 외부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답을 찾는 데에 집중했다. 영화를 같은 장소에서 함께 모여 보는 방식이 아니어야 하고, 일반 개인 소비자와 같은 조건에서 관람 가능할 것이라는 운영 원칙에 동의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래밍을 진행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현재까지도 유효하여서, 새로운 상영/관람 방식을 고민할 때마다 여러 단위들과 논의를 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우리 삶에 주요한 선택지로 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또다른 규칙과 언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도 하다.
무튼 이러한 상영방식에 대한 고민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대화가 얼마나 밀도있게 진행될 수 있을까, 특별한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모임 참여를 어떻게 독려할 수 있을까 등을 함께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비대면 페미씨네’는 참여율도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모두 ‘높음’을 기록하며 제법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를 계기로 퍼플레이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또 동시에 (여성)영화를 활용한 젠더교육, 영화 리터러시 교육 등 일차적인 영화관람을 넘어 교육 콘텐츠로 활용하고자 하는 제안과 요청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대면 페미씨네’는 ‘보는 언니들’로 모임명을 바꾸고 벌써 3회째 모임을 이어가는 중이다.
‘보는 언니들’ 모임 참여 모집 링크 ▶https://www.enlib.or.kr/culture/event.asp?mode=view&lecture_seq=855
여성주의적으로 보고 읽고 쓰기
미디액트의 여성영화 비평교육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사례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의 협력사업이다. 은평센터 사례와 비교하여서는 ‘교육’에 명확히 초점이 맞춰진 사업이었고, 처음에는 조금 느슨한 형태의 여성영화 리터러시 교육을, 그리고 두 번째로는 보다 본격적인 영화 비평 교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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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여성을 말하는 영화, 영화를 읽는 여성
기 간 : 2020년 8월 11일 ~ 27일 / 4회차 진행
참여인원 : 30여 명
내 용 : 노동/퀴어/몸/사적인 기록을 테마로 온라인 영화읽기 강의 진행
진행방식
- 회차별 주제와 강사 섭외
- 강사가 선정한 영화를 퍼플레이에서 사전 자율 관람 (수강료에 영화관람료 비포함)
- 비공개 링크를 통해 유튜브 채널에 접속,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
- 영화를 보고 간단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워크시트 사전 제공(PDF 형태)
- 강의에 참석하지 못한 수강생들을 위해 한정된 기간 녹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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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기만의 글 – 페미니즘 영화 비평쓰기
기 간 : 2020년 12월 14일 ~ 2021년 2월 15일 / *동일 강좌 1회 추가 개설
수강정원 : 12명
내 용 : 본격 페미니즘 영화 비평 수업
진행방식
- 기본강좌와 특강으로 구성된 10회차의 강의를 회차별로 줌(ZOOM) 또는 유튜브로 강의 진행
- 각 강의별 강사가 선정한 영화를 퍼플레이에서 관람 후 글쓰기 과제 수행
- 네이버 밴드를 통해 과제물을 제출하고, 온라인 강의로 강사 피드백 및 참여자들간의 토론
– 수료작 비평문은 온라인 매거진 ‘퍼줌’ 또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에 게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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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 리터러시 교육’의 프로그램 기획 및 커리큘럼 구성, 강사섭외는 공동으로, 전용 웹 페이지 개설은 퍼플레이에서, 온라인 강의를 위한 기술 파트는 전적으로 미디액트에서 담당하여 진행하였다. 처음 시도해보는 유튜브 라이브 강의였던 만큼 매 회차 우여곡절이 많았고 – 4회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상상 가능한 여러 문제들이 모두 등장했던 꽤나 다이나믹한 경험이었다. 고생에 고생이었던 미디액트 스태프들에게 새삼 다시 고마운 마음이다 - 여러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동시에 온라인 교육의 경험치를 압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수업의 내용에 따라 어떠한 툴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강사와 수강생의 교감은 어떤 식으로 높일 수 있을지, 무엇보다 어떠한 교육이 온라인에 적절한지 등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자연스럽게 두 번째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최근까지 계속된 ‘페미니즘 영화 비평쓰기’ 교육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의 주제, 커리큘럼의 구성, 진행방식 등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온라인에 조금 더 적합한 방식을 연구한 결과였다. 다행히도 예상보다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 덕에 동일한 내용으로 추가 강좌까지 개설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지난 여름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함이 느껴진다.
할 말 많은 영화들,
그리고 온라인의 가능성
이외에도 부천시민미디어센터와 함께한 ‘여성영화 비평특강 - 여성영화로 세상 읽기’, 미디어센터는 아니지만 다른 교육 기관에서의 성평등 교육 활동가를 위한 역량강화 교육, 다양한 활동을 접목시켜 시도해본 영화읽기 모임을 포함하여 기획 단계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실현되지 못한 다른 많은 프로젝트들이 지난 해 퍼플레이와 함께 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거의 모든 순간을 디지털 기기, 다양한 미디어와 ‘함께’ 살아가는 ‘스마트 시대’에 미디어를 읽고 해석해내는 능력의 중요성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삶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가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그와 동시에 젠더 감수성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와 성별 대립·갈등 또한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에 여성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거나, 그 텍스트를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경험은 ‘미디어 리터러시’ 그 이상의 효과와 영감을 준다는 것을 그간의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코로나가 퍼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고 다시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OT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을까, 그랬다면 거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작은 콘텐츠에까지 미치는 관심도는 지금과 달랐을까, 온라인 모임과 교육에 대한 필요는 또 어땠을까.
애초에 거대한 플랫폼들이 그나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 가혹한 시장에서, 여성영화라는 조그만 깃발을 들고 세상에 나온 퍼플레이는 운영 첫 해에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를 만나 동으로 서로 밀려다니는 중일지도, 이곳이 망망한 대해인 것은 분명하나 우리가 ‘아직’ 표류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하는 많은 친구, 동료들이 서로에게 좌표가 되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글을 정리하며) 문득 들었다.
특정 이슈에 특화된 온라인 플랫폼, 그마나도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곳이니만큼 비교적 유연하게 움직이며 해당 사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조금씩이나마 충족시켜줄 수 있었기에 모두가 모든 것이 ‘처음’인 상황에서 상상을 현실화시키는데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에 이런 콘텐츠들을 이렇게 모아놓은 퍼플레이라는 밥상을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지 계속해서 궁리하고 영감을 준 이들이 있었기에 그에 맞춰 서비스도 기술과 기능, 운영정책들을 보완하며 조금씩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앞으로의 1년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사실 잘 모르겠다. 퍼플레이는 여전히 ‘신생 스타트업’으로 변화와 실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함께 보면 더 좋을 영화들, ‘할 말 많은’ 영화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 그리고 더딜지언정 분명히 성장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점. 온라인 플랫폼 퍼플레이를 활용하는 N가지 방법, 그 N번째 도전을 함께 할 누구라도 환영한다.
1) 퍼플레이에서는 여성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하거나, 성평등한 가치를 담고 젠더이분법에 도전하는 영화를 ‘여성영화’라고 정의하고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