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코로나19와 비대면 사회의 도래와 함께 가장 많이 들어본 용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이 용어에 대해 미디어센터에서도 고민이 많으시리란 생각으로, 이번 호 <미디어센터 이슈>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미디어·영화 리터러시 교육 또한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연구조사센터 김선아 연구원님의 글부터,
작년 여러 미디어센터와 비대면 상영회 및 영화교육을 운영한 퍼플레이 김하나 총괄매니저님의 사례원고,
유튜브부터 저널리즘까지를 아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짚어주신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님의 글,
마지막으로 작년 '미디어·영화 리터러시 교육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한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허장휘 사무국장님의 원고까지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다각도의 이야기들을 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에 접근하고, 미디어를 분석·평가하며, 미디어로 창조·소통·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미디어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다음을 도모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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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금준경(미디어오늘 정책팀 기자)
왜 ‘미디어 리터러시’에 주목해야 할까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누군지 알고 계시나요? 타임지는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고 표지 모델로 내세우는데요. 2006년 ‘올해의 인물’은 ‘YOU’였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바로 주인공이라는 의미입니다. 시민 블로거의 활약에 이어 유튜브의 등장으로 UCC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때였죠. 더 이상 시민들이 기성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생산자’ 역할을 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됐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15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민주주의 발전의 주역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던 인터넷의 현주소는 어떤가요?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 그리고 혐오표현과 사이버불링 등 YOU로 인한 인터넷의 ‘역기능’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역기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활용하게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면 ‘언제 교육을 해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규제를 아무리 정밀하게 설계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짜뉴스는 규정짓기부터 힘들고 허위 여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도 모호합니다. 혐오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혐오표현을 형사 범죄화해 규제하는 국가가 일부 있습니다만 실제 처벌 건수는 미미하고요. 언제든 규제를 우회하는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기도 합니다. 규제는 정답이 아니고, 시민들이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기존 교육의 성과와 한계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많은 미디어 교육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NIE 교육을 해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시청자 참여 측면의 교육에 주목해온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학교에선 동아리 활동, 자유학기제, 교과 일부 연계 등을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민간에선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디지털 리터러시’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고요. 지난해 범부처 차원의 미디어 교육 정책을 발표하며 미디어 리터러시에 무게를 싣기도 했습니다. 각 지자체에선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교육청들도 관련 연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첫째, 여전히 ‘활용’, ‘체험’, ‘제작’ 중심입니다. ‘비판적 이해’라는 요소가 없으면 오늘날 사회적인 문제가 된 역기능에 대응하기 힘듭니다. 제작 교육이 의미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제작 교육을 하더라도 제작을 통한 참여에 주목하는 것 뿐 아니라 역기능에 맞설 수 있는 제작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비판적 이해’ 측면에서 부분적인 요소가 과잉 대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는 ‘가짜뉴스 대응’의 일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팩트체크’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팩트체크 대회를 열기도 했죠.
팩트체크 역시 중요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비판적 이해’의 부분적인 요소입니다. 예컨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의 부작용을 전면에 부각하며 주목을 받은 언론 기사는 ‘팩트’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백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미한 반응이라는 ‘맥락’을 전달하지 않아 사람들을 호도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이슈를 두고 ‘지역발전’을 중시하는 부산 지역언론과 ‘선거용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서울지역 언론은 모두 ‘팩트’를 말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뉴스와 영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데 팩트냐 아니냐만 따질 일이 아니죠.
미디어는 현실을 ‘재현’하지만,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와 유튜브 콘텐츠 등은 특정한 관점에 따라 재구성하고 해석한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비판적 이해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결과물을 분석하고, 해체하고, 이면에 숨은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작업이 핵심이 돼야 합니다.
셋째, 시의성과 현장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만 교육이 따라가는 속도는 더딥니다. 한 교안은 ‘블로그 속 광고글’을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장점만 설명하면 광고’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미 ‘유튜브 속 뒷광고’가 대세가 됐죠. 더구나 유튜브 뒷광고는 일부러 단점을 언급하는 식으로 교묘히 발전해온 점을 감안하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미디어 교육은 정치사회 현안을 전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사 현안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 없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미디어오늘의 ‘리터러시’ : ‘생생한 현장’, ‘풍성한 사례’, ‘비판적 이해’
미디어오늘은 언론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창간한 언론입니다. 초기 언론 비평매체로 출발해 미디어 전문지로 거듭났습니다. 미디어 전반에 대한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미디어 리터러시’에도 주목하며 관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취재와 체계적인 뉴스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왔습니다.
지난해 교사 연수 플랫폼 에듀니티와 함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사 연수 콘텐츠를 제작해 교육부 인가를 받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연수 콘텐츠는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첫째, 디지털 세대와 디지털 미디어 등 디지털 환경의 특성을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둘째, 나쁜 뉴스와 허위정보 판별, 알고리즘 이해 등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활용능력을 갖춘다.
셋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에듀니티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연수 안내 페이지. ‘맛보기’를 클릭하면 맛보기 강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온·오프라인 매체 ‘주니어미디어오늘’을 창간했습니다. 최근 1호를 냈고, 현재 2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1호는 뉴스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기자들의 갈등을 다루며 취재 윤리와 ‘좌표찍기’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현직 기자들의 팩트체크와 취재 후기를 통해 어떻게 뉴스를 제작하고, 취재하고, 사실을 검증하는지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유튜브 ‘뒷광고’ 문제를 해설하고, 유튜브 알고리즘 작동방식을 비롯한 유튜브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담았습니다. 어떻게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저작권을 지키며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지도 살폈습니다.
▶ 주니어미디어오늘 온라인 사이트
▶ 주니어미디어오늘 오프라인 매체 소개 화면
2호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전면적으로 다룹니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논란을 들여다보며 인공지능의 원리를 조명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세대에게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인공지능 앱과 딥페이크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를 현혹시킨 나쁜 뉴스의 유형을 조목조목 짚어내기도 했고요. TV수신료 인상, 유튜버 주작 논란 등 미디어 쟁점 해설을 통해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시민 중심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접점
한국의 미디어 교육이 활성화된 데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과 더불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및 일선 센터들의 역할이 작지 않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수가 된 시대에 전미협과 지역의 미디어센터, 그리고 미디어오늘이 함께 협력하고 연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미디어센터 활동가, 스태프, 강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재교육 영상 콘텐츠를 제작/제공하거나,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별도의 교재를 제작하는 방안 등입니다.
미디어오늘의 주니어미디어오늘을 매개로 함께 소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에서 주니어미디어오늘을 함께 읽으며 교재로서 기능할 수도 있고요. 전미협과 지역 센터 차원에서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센터 교육 후기 또는 우수 사례를 케이스 스터디 방식으로 공유하거나 주니어미디어오늘 차원에서 센터별 사례를 취재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아가 전미협 및 미디어센터 요청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나 잡지를 발행해보는 상상도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함께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미협과 미디어오늘이 공동으로 제휴를 맺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입니다. 예컨대 ‘청소년 기자학교’ 혹은 ‘시민 저널리스트 학교’를 통해 청소년과 시민 대상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며 시민 친화적인 미디어 교육 역량을 쌓아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미디어오늘에 문의를 주시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전미협과 센터들은 민간 기구 성격이 강합니다. 정부부처 산하기관보다 시민에 친화적이고, 현실 참여를 지향하는 교육을 할 수 있고, 정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질 위험성도 낮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한 미디어 리티러시 교육의 한계점들을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센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보완해나갈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미디어 참여와 제작, 나아가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