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23일, 9월 5일-6일 순천과 대전에서 지역미디어센터 스태프 전국워크숍이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의 기획단 중 한 명인 진주시민미디어센터 김민재 선생님께서 두 번의 워크숍을 모두 참여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워크숍 현장 이야기뿐 아니라 지금 미디어센터와 우리에게 필요한 것,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 고민들도 함께 들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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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전국워크숍 참여 후기 : 우리를 위한 미디어가 필요한 때
김민재(진주시민미디어센터)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최동욱, 남정훈, 이고은, 정현아, 조정주, 성중곤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김민재입니다. 센터에서 일한 지는 5년째인데요. 교육이나 상영처럼 무엇 하나 딱히 맡고 있는 일이 없고, 그때그때 기회가 닿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자기소개가 어렵습니다. 생산성과 ‘레거시’에 관심을 두고 ‘센터일’을 하고 있는 스태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진주센터는 공적인 지원 없이 지역의 미디어활동가들이 설립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200여 시민의 정기 후원을 받고 있지만, 민간에서 미디어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미디어센터로서의 기능을 목적사업이라 한다면 운영비와 사업비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이런저런 일을 수익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주센터는 둘을 병행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생산성이 중요한 곳입니다. 그래서 자료의 기록, 공유, CMS, 재무회계, 회의방식, 기업문화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제가 진주센터 선생님들 사이에서 해야 될 중요한 몫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 레거시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저는 진주센터에서 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센터는 2005년부터 여러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지역 사회에 여러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의 사적인 경험이 지역사회에서 공공의 경험, 자산이 될 수 있으면 하고 그런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현재를 추동하는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 사적인 경험의 공유화, 시스템
일을 잘하다는 건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한 구성원이 능력이 탁월해서 일을 특출하게 잘할 수도 있고, 많은 시간 헌신해서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조직의 성장은 한 개인의 헌신과 역량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경험이 공유화되고, 이것이 시스템이 될 때 조직의 성장이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센터에서 처음 상영 업무를 담당했던 분과 2019년 상영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 같은 높이에서 시작해야 된다면,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게으르고 가난하게 경험을 공유하고, 제도화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따라올 것 같습니다.
올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스태프 재교육사업 기획단을 꾸릴 때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도 평소의 이런 물음과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센터는 성장하고 있을까, ‘미디어센터’라는 모형이 전국으로 확산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 모형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을까, 혹은 성장할 수 있을까. 각자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 어떤 고민이 있고, 또한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물음이 있었습니다.
기획단은 원주 원동은 선생님, 익산 이예술 선생님, 주안의 김용희 선생님, 천안의 정현 선생님, 그리고 저까지 다섯 명으로 꾸려졌고, 4월 30일 완주공동체미디어센터 개관식 때 총회 자리를 겸해 처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뒤 원주와 익산센터에서 두 차례의 기획회의를 진행하며 전국 워크숍 진행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얼개를 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년도와 크게 달라진 건 권역별이 아닌 직무 중심으로 묶어 워크숍을 2회 진행한다, 각자 공유할 내용을 문서화해서 참여한다, 오픈 클래스를 열고 원하는 클래스에 참여하도록 한다였습니다. 이는 각 센터에서 직무별 실무자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찾아보자, 후반기 연속 강의 때 고민을 덜 수 있게 하자는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 우리는 왜 아직 시네마일까?
순천과 대전에서 진행한 두 번의 워크숍에 상영 직무 모둠에 참여를 했어요. 요즘 담당하고 있는 공모 사업이 대부분 영화 문화 쪽이라 그런 것도 있고, 자료 준비를 못해서 운영 모둠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반은 의도고, 반은 우연인데 그렇게 두 번의 워크숍에서 전국의 상영 담당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패키지여행 온 것처럼 바삐 움직여야 했지만 너무나 즐거웠던 순천 워크숍에서는 상영 사업 홍보의 어려움과 DVD 상영의 저작권 문제로 고민이 수렴되었습니다. 홍보라는 말은 달리 풀면 시민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이는 대전에서의 두 번째 워크숍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의 고민과 궤를 같이 합니다.
대전에서도 저작권과 관련해서 비슷한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우리가 시민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인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시민이 필요한 것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시민참여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이때의 시민 참여는 단순히 홍보의 문제를 넘어, 매해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데, 그 자원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고, 그러면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되는 현실적인 고민의 토로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미디어센터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은 어떻게 확인받을 수 있을까? 지역에서 유출되어도 다른 지역인데 총량은 늘어야 되지 않을까? 미디어센터에서 많이 상영하는 독립예술 영화는 여전히 어려운데 우리의 노력이 당장의 관객수 증가나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되는 실무자의 깊은 고민이 모여 흘렀습니다.
대전 워크숍에서는 상영 방식에 대한 한 걸음 더 나아간 고민도 있었습니다. 현재 한 두개 미디어센터에서 시도하고 있는 푹존(pooq zone, 현재 웨이브온)을 활용한 상영이라던지, 모두를위한극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팝업시네마(https://popupcinema.kr/) 후불제 시스템 등 대안 상영 플랫폼에 대한 고민과 미디어센터의 소규모 상영에 맞는 요금제까지 생각이 확장되었습니다. 배급사를 통한 1:1 계약의 상영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시도되고 있는 다른 상영 플랫폼의 수용과 그에 따른 이슈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OTT 서비스로 인해 콘텐츠를 향유하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고, 미디어센터에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상영할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는 여전히 시민의 발걸음을 센터로 이끌기에는 대중성이 부족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명의 관객으로 더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찾고 싶고,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영화가 공동체 형성과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장을 계속 마련하고 싶습니다. 콘텐츠라는 흥미 본위보다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에 여전히 애정이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많은 미디어교육에서 영화를 제작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영화,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볼 수 있는 장으로써의 시네마에 대한 바람도 큽니다. 때문에 당장은 어렵고 관객 개발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우리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써의 시네마를 기대합니다. 함께 본다는 경험의 가치를 조금은 더 믿고 싶고, 우리 미디어센터가 상영 부문에서 마주한 고민을 조금 더 깊이 나누고 문제를 하나 둘 풀어갈 수 있으면 합니다.
● 학습공동체, 온라인 플랫폼
올해 진행한 순천과 대전 워크숍, 오픈 클래스는 질의응답을 하기에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순천에서는 함께 듣고 싶은 강의를 기획하는 시간도 무척이나 촉박했습니다. 단톡방 운영 등 상시적인 네트워크로 아직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회원센터의 경험이 공유 자원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아직 요원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한두 번 짧은 시간 얼굴을 마주했다는 걸 생각하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몇몇의 공통된 고민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워크숍이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와 느낌표로 가득 찬 시간이었으니 잠시 쉼표를 찍고 한 걸음 더 내디디면 좋겠습니다.
플랫폼이라는 말은 모호합니다. 방향성 또한 안으로 향할 수도 있고 밖으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추진했던 통합 공유 웹 표준사업처럼 각 미디어센터의 데이터를 다루기 편하게 하나의 서버에 입주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형태가 파편화된 데이터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이 누구에게 정보로 유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따릅니다. 이러한 형태는 조금 더 보완하여 미디어센터 간의 소식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형태의 플랫폼이 이제는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해요. 수십 개 미디어센터의 지금까지의 경험치를 모으고 구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으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미디어교육을 체계화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사이트인 klicksafe.de는 청소년과 교육자, 가정에서의 안전한 인터넷 활용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 수준의 체계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전미협의 사업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사업화시키든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PDF로 활자를 잡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 다시 만날, 얼굴들
회식을 거의 하지 않는 진주센터가 얼마 전에 최동욱(aka 최쿨) 선생님의 입사를 환영하기 위해 월 정기회의를 마치고 회식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올해 입사한 이고은 선생님이 자신은 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선생님 한 분 한 분마다 배우고 싶은 게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속으로 뜨끔했어요. ‘큰 사람’을 옆에 두고 밖에서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기획단으로 활동했던 선생님들, 기획 섹션 발제를 해주셨던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이승우 선생님, 강사님 추천해달라, 연락처 알려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받아 주셨던 미디액트의 김송이 선생님, 대구에서의 부흥회를 기약한 곧 문 닫는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 선생님들, 그리고 워크숍 때 뵌 다른 선생님들 모두 제게는 큰 사람입니다.
워크숍을 기획하고 추진해준 피곤한 얼굴들 전미협 선생님들, 센터 업무만 해도 바쁘실 텐데 자원을 끌어오고,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들여 순천에서의 워크숍을 멋진 추억으로 만들어주신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이진영 사무국장님을 비롯 센터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우리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