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통해 임시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각 회원센터에서 직접 게더타운에 접속해 회의에 참여하고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미디어센터 스태프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전미협은 9월 30일 발빠르게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의 이해와 활용>을 주제로 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미디어센터 스태프 편에서는
관련 특강에 참여하였던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 윤기채 선생님의 후기를 통해
메타버스의 실체(!)와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변화를 채 인지하기도 전에 새로운 방향으로 매일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속도가 조금은 버겁고 낯설기도 하지만, 모르고 맞이하는 것과 알고 맞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겠죠.
윤기채 선생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요?
변화의 한 가운데, 함께 낯섦의 바다에 빠져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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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디어센터 스태프 역량강화를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특강 '게더타운 이해와 활용' 후기
윤기채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 운영지원팀)
메타버스?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메타버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땐 사실 조금 짜증이 났다. 어떤 면에서는 무섭기까지 했다. 포켓몬GO 열풍이 불며 VR이니 AR이니 하던 게 불과 2017년, 꾸역꾸역 부랴부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찾아보기도 바쁜데 갑자기 메타버스라는 정체 모를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기술은 갈수록 더욱 빠르게 발전해 가고 우리는 그만큼 서둘러 적응해 가야만 하니 솔직히 짜증날 만하지 않은가. 그래도 별 수가 있으랴, 나는 사전과 기사를 뒤적이며 메타버스가 어떤 녀석인지 찾아보곤 했다. 그러니까 어리석은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VR은 현실처럼 실감나는 가상, AR은 현실 속으로 끌어온 가상, 그리고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결된 가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는 실체 없는 이론에 불과했다. 내가 이해하는 메타버스란 사실 영화<매트릭스>가 전부였던 셈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한다, 왜? 어떻게?, 그렇게 하염없이 의문만 쌓여 가는 중이었다.
게더타운? 이 집 재밌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의 살갗을 손으로 더듬어 본 것이 이번 전미협 총회 때였다. 메타버스란 건 말로만 들어봤지 직접 플랫폼을 이용해 본 건 처음이었다. 처음 게더타운 총회장에 입장하자마자 묘한 향수를 느꼈다. <포켓몬스터RGB>, <롤러코스터 타이쿤>같은 고전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마치 어릴 적 땅따먹기하며 놀던 놀이터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소위 ‘요즘 사람’들 눈에는 촌스럽다 할 만한 비주얼이었지만, 나는 그래서 오히려 정감 가는 공간이었다.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 어색하긴 했지만 분명 신선한 체험이었다. 으레 회의라 하면 따분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게임 속에서 하니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같겠지만 내 손으로 직접 메타버스를 이용해 봤다는 것이 뜻 깊었다.
게더타운? 야, 너두 할 수 있어-!
그렇게 메타버스란 걸 실체로서 접하고 보니 이 녀석을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이용자의 입장으로 게더타운을 접해보니 자연스레 설계자 입장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마침 전미협에서 게더타운 활용법에 대한 특강을 개설해 주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수강신청서를 제출했다.
특강은 유익하고 알찼다. 연사이신 윤정록 노원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님께서 게더타운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셨고, 툴 자체가 크게 어렵거나 낯설지 않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게더타운은 이용자(유저) 입장에서는 <포켓몬스터RGB> 같은 롤플레잉 게임을 닮았고 설계자(빌더) 입장에서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심즈> 같은 경영 게임을 닮았다.
게더타운은 가상공간 속에 강의실, 전시실, 상영관 등 다양한 공간을 세울 수 있다. 또한 미니게임, 링크 연결 등 다양한 확장기능을 제공한다. 실제 미디어센터 건물 설계를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센터의 여러 콘텐츠들을 채워 넣는다면, 홈페이지보다 훨씬 실감나고 효과적인 안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대구시민미디어센터는 게더타운 내에 가상의 센터공간을 구성하여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게더타운 속 미디어센터에는 교육실, 상영관, 야외 활동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교육을 듣고, 영화도 보고, 이용자 간의 커뮤니티도 형성할 수 있었다.
게더타운의 화상회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ZOOM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게더타운에서는 소그룹을 만들어 각 그룹끼리 폐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바타의 행동이나 이모티콘을 활용하여 더욱 실감나게 소통할 수 있다. 그 외에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게더타운에서는 이용자에게 미션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ZOOM에서는 이용자들이 주체적으로 활동을 펼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게더타운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게더타운 내에서 방탈출게임을 구현할 수 있고, 이를 응용하면 다양한 교육활동을 게임처럼 설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게더타운 외에도 제페토, 인게이지 등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도 살펴봤다. 플랫폼마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데, 역시 게더타운이 가장 활용도가 높아보였다. 제페토는 3D공간으로 더욱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설계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설계에 공이 많이 들었고, 모바일 환경에 치중되어 있었다. 인게이지는 VR장비를 지원하여 더욱 생생한 체험이 가능하지만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하고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플랫폼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일상이 게임이 된다면?
총회와 특강을 통해 메타버스를 접하며 여러 상상과 기대가 떠올랐다. 현실 속 일상이 게임이 된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게임 속 영화제를 누비며 축제를 즐기고, 게임 속에서 쇼핑을 즐기면 결제한 물건이 집으로 배달된다. 게임 속 은행에 방문하여 직원에게 상품설명을 듣고, 친구의 결혼식이 게임 속에서 생중계 된다거나, 게임 속 추모관에서 헌화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토록 메타버스가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는 것은 꽤 먼 이야기라 생각된다. 기대만큼 우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일상이 가상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결국은 현실이 가상에 잠식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국에서 벗어나면 메타버스가 과연 상용화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시공간의 현실적 제약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임은 분명해 보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연사이신 윤정록 센터장님께서는 ‘이번 특강은 게더타운의 프로그램 소개보다는 그것을 활용해 우리(센터)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하셨다. 결국 이번 특강은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고 나는 이해했다. 좋은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질문이 파문처럼 끝없이 번져갔다.
‘메타버스는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가.’, ‘누구에게 필요한가.’, ‘우리는 메타버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메타버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 질문들이 결국 미디어센터의 소명과 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미디어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창구라면 미디어센터는 사람과 미디어를 잇는 소통창구라 믿는다. 그렇다면 ‘우리 미디어센터는 메타버스라는 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사람들과 연결시켜야 할까.’ 던져진 그 질문 앞에 골치가 아파왔다. 나로서는 도저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메타버스든 미디어센터든, 나는 그것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하지만 결국 모든 답은 질문에서 비롯되지 않겠는가. 스스로 나름의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자, 이제 시작이야!
이번 특강을 통해 낯설기만 하던 메타버스와 조금은 친해진 기분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직 메타버스가 난해하고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가령, 당장 메타버스에 대한 강좌를 하나 개설해야 한다면, 타겟층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수업목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풀리지 않는 그 문제들에 머릿속이 꼬여든다. 그런 나와는 달리 몇몇 미디어센터에서는 이미 메타버스 강좌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또한 윤정록 센터장님께서는 이번 특강을 시작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려 한다고 전하셨다. 스터디가 운영된다면, 서로의 지혜를 배우고, 고민을 나누며 식견을 넓힐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 메타버스 게임 속 시작의 마을에 놓인 기분이다. 어릴 적 처음으로 RPG게임이란 걸 하게 됐을 때의 그 심정과 겹쳐진다. 머리 위로 ‘LV1’이 떠 있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모험이 막막하기도, 또 기대되기도 한다. 나는 영 게임에 소질이 없어서 플레이 할 때면 언제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게임은 결국 우리네 삶을 닮아 있다.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차곡차곡 좋은 경험을 쌓다 보면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된다. 그 성장의 과정을 즐기며 차곡차곡 레벨 업을 해보려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사실 후기가 아니라 서문이다. 그렇게 시작하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