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는 매년 37개 회원센터의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교육 및 교류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직무교육을 위한 연속강의를 6차례 개최하고, 스태프 간 교류를 위한 전국워크숍을 두 차례 진행한 바 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대규모 집합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지금까지 진행해온 활동들의 의미를 되짚고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 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2020 미디어센터 스태프 역량강화를 위한 재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는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이 처한 현재의 상황과 조건들을 살펴보고,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에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회원센터 스태프 97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와 10여개 센터를 대상으로 한 서면인터뷰, 5명의 스태프와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2021년 발간될 이 연구보고서를 통해 향후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가 진행할 미디어센터 스태프 대상의 교육/교류 사업의 방향성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박혜미 책임연구원이 연구를 마무리하며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한 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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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센터 스태프의 역량 강화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재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를 마무리하며
박혜미 (<미디어센터 스태프 재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원)
<미디어센터 스태프 재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이하 ‘전미협’)에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온 “미디어센터 스태프 재교육 사업”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기획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개별 미디어센터들이 스태프를 위한 자체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시간과 예산·강사풀·기획력 등에서 어려움이 있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전미협의 재교육 사업은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을 위한 유일무이한 교육사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37개 회원센터들 역시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의 교육과 네트워킹, 역량 강화를 협의체 조직인 전미협에 기대하고 있다.
전미협에서는 2017년 재교육프로그램 개발 연구 및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권역별 워크숍을, 2019년에는 전국 워크숍 및 직무별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2019년부터는 진주·주안·원주·익산·천안 등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이 참여한 스태프 재교육사업 기획단을 꾸려 워크숍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아카데미와 함께 비대면 ‘미디어활동가통합직무교육’을 개최했다. 전미협이 진행한 그간의 재교육사업에 대한 결과와 참여자들의 피드백 등은 사례집과 결과보고서, 전미협 뉴스레터 등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2019 미디어센터 스태프 전국워크숍
지난 3년간의 사업을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해둔 전미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재교육사업이 어떻게 변화를 모색하고, 스태프들의 기대와 욕구를 반영해왔는지를 볼 수 있다. 또 스태프 재교육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과 평가, 요구들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일을 하며,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료를 만난 기쁨, 다른 센터의 미디어교육 사례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 자신의 전망과 센터의 비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기대와 아쉬움도 읽을 수 있다.
이 결과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의 미디어센터 스태프 재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전미협의 고민은, 미디어센터의 사업이나 설립 제도의 차원이 아닌, 그 안에서 일하며 미디어센터를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사람’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디어센터가 정체성과 비전을 갱신해가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까와도 긴밀하게 연결될 ‘사람’의 문제는 비단 전미협만이 아닌 미디어센터 전체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2022년이면 20년의 역사를 채우게 될 미디어센터가 제도적으로 안착하고, 수적으로 늘어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활성화하는 것과 함께 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그 방향을 이끌어갈 ‘사람’에 주목하는 일은 ‘지금’이 적기일지도 모른다.
미디어센터 스태프에 대한 의제는 2017년 전미협에서 발간한 <지역미디어센터 전문인력 재교육 프로그램개발 연구보고서>와 전미협의 재교육 사업 및 재교육 수요조사 등을 통해서 본격화되었고, 보다 포괄적인 미디어센터 스태프 처우와 노동 환경에 대한 연구로는 <미디어센터 스태프 근로여건 실태조사>(전주시민미디어센터, 2017)를 들 수 있다. 또 가장 최근에 시행된 <전국 미디어센터 및 마을공동체미디어, 강사운영 현황 조사>(한국방송학회, 2019)를 통해 미디어센터 현황 차원에서의 스태프 임금 수준 및 인력 규모, 재교육 시스템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스태프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재교육의 활성화라는 보다 포괄적인 측면에 집중하고자 했다. 전미협이 전국 단위로 기획 및 진행하는 재교육 사업만으로는 각 지역/직급/업무별/수준별 스태프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태프 개인 차원에서, 미디어센터 차원에서, 또 광역/전국 단위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형태, 내용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지원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좋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함께, 스태프들이 재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과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⓵고용형태 및 노동환경 ⓶스태프 (재)교육관련 지원제도 ⓷미디어센터 자체(내부)의 (재)교육 프로그램 ⓸외부의 스태프 (재)교육 프로그램 수강경험 ⓹스태프 (재)교육 수요 ⓺전미협 스태프 재교육에 대한 의견 ⓻응답자 일반사항 등 총 7개의 섹션으로 미디어센터 회원센터 스태프 대상의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전화인터뷰를 통한 사례조사 및 간담회 형식의 FGI를 진행하였다.
“미디어 분야의 특성 및 미디어센터 기관특성상 늘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에서는 기관에 요구하는 역할 스펙트럼이 계속 넓어지고 있는데 운영사정은 나아지지 않으니 한 스태프가 감당해야할 분야와 업무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미디어센터 스태프에게는 미디어분야에 대한 전방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대한 적응, 미디어센터의 방향을 설정하고 미디어센터 스태프로서의 전문성 및 역할 수립을 위해 미디어센터 스태프 재교육 및 연구 참여를 위한 지원은 필수적이다.”(설문조사 중 주관식 응답)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마주친 미디어센터 스태프 재교육의 현실은 위의 주관식 응답에 잘 드러나 있다. 실무자나 신입 스태프들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 새로운 사업기획에 대한 요청은 계속 늘어나지만, 대체 인력 부재 등 현실적인 조건 상 재교육에 참여할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재교육이나 ‘성장’은 언제나 바쁜 업무에 밀려 후순위가 되고, 이러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하지만, 지금 당장 맡은 일을 쳐내기 급급하다. 중간관리자나 책임자들 역시 관리자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지만, 그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찾기 어렵고, 조직문화/미디어센터의 비전 같은 커다란 문제를 혼자 고민하자니 막막하다. 미디어센터 스태프의 미비한 재교육 현황과 현실적인 어려움 등은 97명의 스태프가 응답한 설문결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절대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들의 재교육 참여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 부족’이다. 설문의 응답들을 분석하면서 “좋은 교육이 있어도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왔다갔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못 갈 것 같다”는 회의적인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답변들에 자주 부딪혔다. 재교육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재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나 지원 정책은 미비하거나 부족했다. 교육시간의 근무인정, 교육 전담인력 및 예산의 배치, 교육에 대한 지침 및 규정 등 개인의 의지에 기대는 것이 아닌 조직적 차원의 지원 제도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스태프 재교육이 일회적인 강의나 워크숍의 형태뿐 아니라, 인수인계 및 업무 매뉴얼, 자기계발, 센터 간 공동사업 등의 교류와 네트워크, 안식년 등으로 폭넓게 사고되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에 대한 실마리는 일부 미디어센터에서 각자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마련하고 있는 다양한 스태프 지원 및 교육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부천미디어센터의 역량계발휴가제도, 원주영상미디어센터의 연구월 및 연구년 제도,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의 교육지원금제도 및 역량계발휴가제도, 완주미디어센터의 직원공간/장비대여 지원제도, 매월 열리는 미디액트의 자체 직무교육 등은 그 형태와 내용이 각기 다르지만, 각 미디어센터에서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어렵게 만들고 축적한 사례들이다. 책임자의 재량에 따라 축소·폐지될 수 있는 불안정성 및 제도나 근거 미비 등의 한계도 있지만, 이러한 제도적 한계들을 보완하면서, 서로를 모델과 근거로 삼아, 참조삼아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교육과 함께 다양한 지역의 사례를 한자리에서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 미디어환경에 따른 다양한 미디어교육 기획을 통해 시민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다른 센터 및 스태프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 전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을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 연구를 진행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전미협의 스태프 재교육사업은 개별 미디어센터들의 자체 스태프 교육과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지원하는 정책적인 역할과 함께, 개별 미디어센터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미디어 정책, 사례 공유와 현황 등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기획될 필요가 있다. 전미협 역시 인력과 예산의 한계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스태프들이 만나고 연결되는 지점을 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도록 일하면서 조직에서 겪는 어려움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 서로를 (보)살피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태프 재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과 함께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의 직업/일에 대한 만족도, 스태프들의 처우 등도 함께 짚어야 할 사안이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담지는 못했다. 여러 한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서가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연구보고서를 매개로 스태프의 교육과 역량, 처우, 노동환경, 일과 삶이 이야기되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 및 연구의 결과는 2021년 1월 중 발간 및 배포 예정인 연구보고서를 참조해주시면 좋겠다. 연구는 김수연(전미협 네트워크지원팀 팀장), 김은정(수원미디어센터 공동체미디어팀)과 함께 진행하였으며, 이 글은 연구를 진행하며 필자가 느낀 중요 지점들을 중심으로 썼다. 간략한 설문응답 결과는 전미협 뉴스레터 <한 눈에 보는 미디어센터>(2020.10.29.)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필자소개 - 박혜미
2002년부터 미디어교육 정책연구 참여를 시작으로 미디어교육/미디어센터와 띄엄띄엄 인연을 맺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이주민/여성 미디어교육과 미디어교육 정책연구를 맡았다.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의 간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1년에 몇 차례씩 개최된 전국 단위의 워크숍에 참여한 덕분에 전국의 활동가들과 친구가 되었고, 전국 곳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그 시간과 친구들이 지금의 삶의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